이명박·손학규 '행정도시 대안 놓고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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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는 한나라당의 '빅3'로 불린다. 대중 지지율이나 당내 역학상 차기 대선후보에 가장 근접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이들은 서로 거리를 유지하며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 왔다. 그런데 요즘 이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면서 당에 파문이 일고 있다. 행정수도 후속대책이 발원지다.

손 지사는 27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심대평 충남지사와 함께 '지역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다. 정치권은 이를 충청권 끌어안기로 해석했다. 손 지사는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행정수도 후속대안과 관련해 여야가 전향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한나라당도 국가적인 이해를 고려해 전향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생각은 분명히 있지만 그걸 내놓으면 또 다른 불씨가 생길 것"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회견 중 '전향적'이란 표현을 10여차례 이상 사용해 현재 한나라당이 염두에 두고 있는 7개 부처보다는 옮기는 규모가 커야 한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반면 이 시장은 손 지사와 정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 시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건설문제는 국가가 균형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쪽으로 추진해야지 절대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여권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여당안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이전 부처를) 분배하지 말고 기능을 검토해 추진해야 한다"며 "공주.연기지역에 정부부처를 이전하거나 주택지구를 조성하는 것으로는 도시 형성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손 지사 측에 불편한 기색이다. 김무성 총장은 상임운영위에서 "손 지사가 여당의 '행정중심도시'안에 찬성한다는 보도가 나와 본인에게 물어봤더니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손 지사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일 경우 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대한 당내 논의가 꼬이게 된다는 점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이 시장, 손 지사가 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대해 나름대로 가닥을 잡은 데 비해 박 대표는 "역사에 책임지는 자세로 당리당략을 떠나 대응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당내 의원들은 출신 지역이나 경력.노선에 따라 차기 집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충청권 민심을 수용하자는 쪽에서부터 행정부 대폭 이전은 말도 안 된다는 쪽까지 다양해 당내 논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정하.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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