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황에 … 부동산 사업해 짭짤한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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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대부분의 투자자가 바짝 엎드린 불황기에 부동산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가격 급등을 노린 투기거래보다 매달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선택했다. 투자의 방향을 잘 잡아 불황기에도 빛을 본 것이다.

전남 순천에 사는 이모씨. 3억5200만원으로 아파트 임대사업을 시작해 매달 730여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투자처는 서울 강남 등 요지가 아니라 전남 광양이다. 미분양이 늘 쌓여 있고, 입주 때가 돼야 팔리는 곳이다. 지난 3~4년간 주택시장 호황기에도 이곳은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씨는 전문 투자자도 상상할 수 없는 수익을 내고 있다. 그가 산 것은 전남 광양시 덕례동 대림아파트 15평짜리 40채. 원래 임대아파트였으나 지난해부터 분양으로 전환되고 있다. 15평짜리 한 채 분양가는 1980만원이었으나 이씨가 지난해 40채를 사는 데 실제 투자한 돈은 3억5200만원. 한 채당 임대보증금 300만원을 떠안고, 국민주택기금 800만원을 승계했다. 한 채 사는 데 88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임대보증금 이외에 월세는 한 채당 평균 23만원. 국민주택기금 대출이자가 연 5.5%이니, 한 달 이자라야 한 채당 3만7000원이 고작이다. 임대소득세는 한 채당 월 1만원꼴이다. 이자.임대소득세를 빼고도 매달 732만원을 꼬박꼬박 손에 쥔다. 수익률로 따지면 연 25% 선에 이른다.

이씨는 왜 일반인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곳에 투자했을까. 그는 각종 규제 탓에 가격 상승을 노린 부동산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봤다. 반면 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임대료가 매달 나오는 상품은 불황기에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다. 이씨가 산 아파트는 매매가는 낮지만 임대는 잘 됐다. 주변에 광양제철.여천공단 등이 있어 임대 수요가 넉넉했다.

세제 혜택도 받았다. 이씨처럼 전용면적 18평 이하 주택 두 채 이상을 세 놓을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등록세를 전액 면제받는다.

이씨가 투자한 돈은 서울 강남의 20평형대 아파트 값이다. 그도 처음엔 집값 상승을 노리고 서울 아파트에 투자하려고 고민했다. 하지만 '막연한 대박'보다 '확실한 임대수익'을 택했다.

이씨처럼 이 아파트 5~10채를 분양받아 임대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40명이 넘는다. 덕분에 이 아파트는 15~22평형 915가구 중 50여가구만 남고 팔렸다. 대림산업 길승진 소장은 "두 채 이상을 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계약자가 전체의 40%"라고 전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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