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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적자 불똥 위안화로 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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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의 위안화가 또다시 세계 경제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따른 달러 약세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다시 부각되면서 불똥이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로 튀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 때문에 미국의 적자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나면서 미국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26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겨냥해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시장에 기초한 환율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쌍둥이 적자'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각국이 자국의 통화를 시장의 흐름(fashion)에 맞게 다뤄야 한다"며 "세계 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중국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중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미국의 불만=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중국의 환율 제도에 대해 언급한 발언들과 강도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수차례 중국의 환율 제도의 변경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왔다.그러나 이번 발언은 ▶부시 2기 내각이 출범한 뒤 처음 나왔고▶선진 7개국(G7)재무장관 회담을 앞둔 시점이란 점▶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미국 내에서 이슈화된 직후란 사실 등으로 인해 주목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기록한 6099억 달러의 무역 적자 중 24.2%(1477억달러)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했다. 2003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액은 335억 달러가 늘었고 중국과 교역에서 발생한 적자 비중은 다른 교역 상대국에 비해 커지고 있다.미국은 이처럼 대 중국 교역에서 적자가 불어나는 원인으로 중국의 위안화 환율제도를 지목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달러당 약 8.28위안에 사실상 고정하는 바람에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부당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로.엔 등 주요국 통화는 대부분 달러화에 비해 강세(환율 하락)를 보였으나 유독 위안화만 변동이 없어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평가 절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해결책 모색할 G7 회의=위안화 환율 문제는 다음달 4~5일 런던에서 열리는 G7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올려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중국 측이 G7 회담에서 위안화 환율 제도에 대해 논의할 의향을 분명히 밝혔다고 보도했다.

진런칭 중국 재정부장은 지난해 10월 G7 회담에서 "중국이 유연한 위안화 환율제도 도입에 힘쓸 것"이라고 원칙적인 발언을 했었다.

따라서 이번 G7회담에서는 중국이 더욱 진전된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WSJ은 전망했다.국제금융 전문가들은 "G7 회담과 향후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회의 등에서 위안화 환율 문제는 올해도 단골 메뉴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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