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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미디어 빅뱅] 상. 미디어 업계 지각변동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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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해는 한국 미디어사에 특별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방송과 통신을 결합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한편 기존 매체도 크게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융합'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세상의 변화는 세상 보는 창을 바꿔놓는다. 창의 변화로 삶도 달라질 수 있다. 이제 방송을 보는 데 시간.장소는 문제되지 않는다. TV는 인터넷의 옷을 빌려 입는다. 언제.어디서나 디지털 환경에 접속한다는 뜻의 '유비쿼터스' 세상이 눈 앞에 왔다.

◆ '미디어 빅뱅' 시작되다=5월 본방송을 앞두고 지난 10일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DMB) 시험 서비스가 시작됐다. '내 손 안의 TV'로 불리는 DMB는 이동 중에도 고품질의 방송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 방송은 고정된 장소에서만 본다는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는다. 올 상반기에는 지상파 DMB까지 출범한다. 그럴 경우 비디오만 20개 남짓의 채널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접할 수 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도래다.

변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DMB 이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게 IP-TV다. 인터넷 프로토콜(IP), 즉 인터넷망을 통한 TV를 말한다. 통신 업계가 주도하는 이 서비스가 연내 시작되면 TV는 '바보상자'가 아니라 다기능을 갖춘 존재로 바뀐다. 은행 업무나 쇼핑.검색 등을 즐기는 건 물론 다채널 방송도 볼 수 있다.

실제로 KT와 하나로텔레콤은 최근 대구에 새로운 초고속 통신망을 깔았다. 초당 80개의 영화 DVD를 전송할 수 있는 용량으로 필름이 끊기는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기존 매체라고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지상파 방송.케이블 방송 등은 디지털 전환 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신문들도 활로를 찾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지상파 DMB 사업에 참여하는 등 뉴미디어와의 접목도 눈에 띈다. 신.구 미디어가 한데 어울려 '빅뱅'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 뉴미디어는 한국이 선도=400년 전인 1609년 세계 최초의 신문 '레라치온'이 독일에서 발행됐다. 이어 1920년대 라디오, 30년대 TV, 60~70년대 케이블.위성방송, 90년대 인터넷 등 신규 매체들이 등장해 확산됐다. 우리의 경우 세계적 흐름을 뒤늦게 수용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발전을 토대로 뉴미디어에선 선두 주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DMB 기술의 경우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디지털 미디어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중시하는 건 이런 잠재력 때문이다.

◆ 선수는 있는데 룰이 없다?=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사업자는 나서고 있는데 이에 부응하는 법.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융합(경계)서비스를 놓고 방송과 통신업계는 각각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생각이 다르니 갈등이 생기고 신규 사업은 발목이 묶인다.

케이블 업계는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통신사업자의 무차별적 방송 진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IP-TV는 방송으로서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는 IP-TV를 통신 영역의 확장으로 규정하고 방송처럼 규제하면 산업이 죽는다고 본다.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위성 DMB의 '지상파 재송신' 등 갈등 요소는 많다. 하지만 공통 규제기구나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끝없는 소모전으로 비화할 소지도 크다.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를 자처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황근(선문대 신문방송학)교수는 "그간 방송 관련 정책은 신규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시간만 끄는 태도를 보였다"며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 미래를 내다보는 통합 정책을 빨리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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