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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다 파 사장 "한국 기업들 위기 관리 소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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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999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관광버스 사고가 났다. 28명이 사망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여행사 토머스쿡의 버스였다.사고가 나자마자 이 여행사는 사고 내용을 언론에 숨김 없이 알렸다. 사고 원인을 밝히는 과정도 모두 공개했다.

이 회사는 사고에 대비한 행동지침을 미리 만들어 놓고 그에 따라 신속히 움직인 것이었다. 사고 당시 수천명이 토머스쿡에 남아공 여행을 예약한 상태였다. 그러나 예약을 취소한 사람은 단 7명뿐이었다. 예약자들은 "사고처리 과정을 보면서 앞으로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란 신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한국에선 불량만두 소동이 빚어졌다. 손꼽히는 대기업 관계사도 연루됐다. 해당 기업은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다가 자신들이 관련돼 있음이 밝혀진 뒤에야 사과문을 냈다.

위기관리.PR 컨설팅 회사인 포터노벨리의 에이다 파(49.여.사진)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기자를 만나 "한국기업들이 제품 결함.자연 재해 등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며 이같은 사례를 들었다.

그는 다음 주 중국 베이징 현지 법인 개소를 앞두고 한국 기업의 위기관리 실태 등을 살피러 24일 한국에 왔다.

파 사장은 "한국 기업 상당수가 행동 지침은 커녕 회사에 닥칠 수 있는 위기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파악도 않고 있다"며 "기업에 큰 사고가 나더라도 잘 대처하면 브랜드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위기관리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한 다국적 화학회사의 위기관리 예를 들었다.

그 회사는 1999년 전세계 7개 공장을 대상으로 지진에 대비한 모의 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점을 발견했다.전원과 통신이 끊기면 공장 내.외부의 전화가 일체 작동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회사는 당장 전화를 배터리로 작동하는 무선 위성전화로 바꿨다. 몇달 뒤 이 회사의 타이완 공장이 인근에 진짜 지진이 났다. 그러나 대응을 잘 해 유독 물질은 전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 파 사장은 "모의 훈련을 안 했다면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과 브랜드 가치 실추 등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포터노벨리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다국적 위기관리 컨설팅 업체.1972년 설립돼 전세계 55개국에 103개 지사를 두고 있으며 휼렛팩커드.맥도널드.질레트 등을 컨설팅 하고 있다.2003년 매출은 약 3억 달러(3100억원)다. 한국에서는 1995년 PR회사인 코콤과 손잡고, 코콤포터노벨리를 세워 위기관리와 홍보 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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