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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실세·장관급인사, 기아차에 취업 청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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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사의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25일 현 정부 실세 등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이 포함된 취업 청탁자 리스트를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주 광주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1000여명의 입사지원서 등 인사 관련 서류와 함께 회사 측이 작성해 보관 중이던 청탁 리스트를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리스트에는 정.관계 유력 인사들과 광주지역 시청.경찰서 고위층이 취업을 부탁한 내역과 진행 상황 등이 적혀 있으며 현 정부 실세로 통하는 여당 정치인 A씨, 광역단체장 B씨, 장관급 인사 C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4월 A씨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후 선거 때 일을 도와준 사람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5월 기아차 광주공장에 2명을 채용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B씨는 5명의 채용을 부탁해 2명이 취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장관급 C씨 역시 지인의 친인척 취업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단순히 취업 청탁만 했다면 사법처리하기 어렵지만 금품 수수 혐의가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가성 여부를 정밀 조사키로 했다.

또 검찰은 기아차 광주공장이 지난해 생산 계약직 사원 1079명을 채용할 때 일곱 차례에 걸쳐 단계별로 뽑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광주공장은 5,7,10월 세 차례 채용 공고를 내고 입사지원서를 받은 뒤 곧바로 채용을 한 것이 아니라 일곱 차례로 나눠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취업 청탁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지난해 5~7월 취업 청탁자 8명으로부터 400만~7000만원씩 모두 2억4700여만원을 받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지부장 정병연(45)씨를 구속수감했다. 또 취업 장사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광주공장 노조 및 회사 간부 등 10여명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정씨가 구속됨에 따라 청탁 리스트에 적힌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정씨가 다른 노조 간부 및 회사 측과 공모해 취업 장사를 했는지 등 조직적 비리 혐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회사 측과 공모, 조직적으로 취업 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 배임수재 혐의를 추가해 기소할 방침이다.

광주=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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