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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뉴스] 총각 행세 바람 피우고 고소 휘말려 신분 노출 “국정원 직원 해임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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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가정보원 직원 이모(35)씨는 2008년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 여종업원 최모씨를 만났다. 이씨는 최씨에 대해 호감을 느꼈다. 이미 결혼한 상태였지만 최씨에게 미혼이라고 속여 접근했고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 왔다. 이씨는 국정원 직원 신분에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최씨 가족에 대한 신상정보를 회사에서 불법으로 열어 봤다. 최씨는 물론 그의 아버지의 주민등록번호, 범죄 경력, 출입국 기록 등을 수십 차례나 열람한 것이다.

이씨는 국정원이 지급한 휴대전화로 통화할 경우 부적절한 관계가 탄로 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별도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보안 규정까지 어겼다. 또 국정원 직원들에게 급여 외에 특별히 지급되는 정보비 중 모두 240만원을 최씨와의 데이트 비용으로 썼다. 조심스럽게 최씨와의 만남을 이어 갔지만 결국 부인 김모씨에게 불륜 사실을 들켰다. 김씨는 곧바로 국정원에 민원을 냈다.

이씨는 아내와 불화가 커지면서 잦은 부부 싸움을 했다. 그는 아내를 폭행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씨는 또 김씨의 여동생과 최씨 간에 폭행사건이 벌어지자 고소를 막는 과정에서 절대 외부에 노출해선 안 되는 국정원 직원 신분을 밝힌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밖에 국정원 감사에서 이씨는 음주운전 사고를 추돌사고를 당한 것으로 허위 보고한 것도 밝혀졌다. 일과 중에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거나 병가를 신청한 뒤 사설 아카데미에서 수강한 근무 태만 행위도 들통 났다.

국정원은 지난해 7월 “국정원법과 관련 규정 등을 위반했고 직무도 게을리 했다”며 이씨를 해임 조치했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하종대 부장판사)는 25일 “국내 보안 정보나 국가 기밀 등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은 직무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씨에 대한 해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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