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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공연을 3D영화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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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오늘 공연은 특별히 3D(3차원) 영화로 찍어서 극장에서 상영합니다. 영화 ‘아바타’와 라이벌이 된 것 같네요.”(웃음)

24일 저녁 7시 서울 광장동의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 ‘악스코리아’의 1층. 환호 속에 무대에 오른 가수 휘성은 이날 무대가 3D 입체영상으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먼저 관객에게 알렸다. 그는 “영화에 여러분의 숨소리 하나하나가 모두 들어가니 큰 소리로 환호해 주세요”라고 분위기를 돋웠다. 그래서 그런지 관객들의 환호성이 공연 내내 장내를 가득 채웠다.

이날 무대는 단순한 대중가수의 리사이틀 장이 아니었다. 휘성의 신곡 ‘결혼까지 생각했는데’의 발표장이자 그가 주인공인 3D 영화 ‘잇츠 리얼(It’s Real)’의 촬영장을 겸했다는 특이함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이 차세대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공연 기획과 영화 제작이 웬일로 통신업체의 수종사업이 됐을까.

이 영화는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라이브 인 3D’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T 두드림’ 프로그램의 첫 성과다. T두드림은 회사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회사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작업이다. 사업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이를 낸 사람이 태스크포스 팀장이 돼서 사업 추진을 맡는다. 지금까지 2300여 건의 제안이 들어왔는데 ‘라이브 인 3D’가 영예롭게 첫 사업으로 뽑힌 것이다. 해외에서는 아일랜드 록그룹 ‘U2’의 아르헨티나 공연이 2007년 3D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다. 이 사업 아이디어를 낸 김흥수 3D공연사업팀장은 “문화의 시대를 맞아 공연·영화와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을 시도해 봤다”고 말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공연 기획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콘텐트를 확보해 IPTV나 모바일TV 시대에 대비한다는 생각이다. 이날 공연 내용과 휘성의 일상생활을 찍은 영상물을 결합해 휘성을 주인공으로 한 3D 영화를 만들 예정이다. 다음 달 중순부터 전국 주요 영화관에서 상영에 들어간다.

“자, 이제 촬영을 시작합니다. 예전부터 이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요, 레디~ 액션!”

24일 저녁 가수 휘성의 신곡 발표회 ‘잇츠 리얼(It’s Real)’ 콘서트가 열렸다(아래 사진). 3차원(3D) TV 시청용 안경을 쓴 촬영진이 콘서트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휘성의 긴장된 목소리와 함께 무대 뒤쪽에 있던 촬영감독 등 10여 명의 스태프진의 시선은 다섯 대의 3D TV 화면에 고정됐다. 무대 곳곳에 설치된 10대의 카메라가 보내오는 영상을 3D용으로 조절하고 화면을 편집했다. 이들은 모두 3D TV 시청용 검은 안경을 끼고 있었다. “관객석 가운뎃줄의 닭벼슬처럼 머리 솟은 사람 체포해.” 감독의 익살스러운 지시에 한 스태프가 그 관객에게 다가가 뒤쪽으로 나와줄 것을 부탁했다. 영화 장면에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영화의 주 고객은 우선 휘성의 팬들이 될 것이다. 4만~8만원대인 콘서트 입장권을 구입하기 부담스럽거나, 콘서트장에서 느낀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하는 열성 팬들이 대상이다. 관람료는 1만2000~1만4000원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

저녁 7시에 시작한 이날 공연은 밤 10시쯤 끝났다.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휘성의 소속사인 팝업엔터테인먼트의 김은주 기획홍보팀장은 “음향효과와 화면편집 과정 등을 거쳐 만들어진 3D영화는 현장과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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