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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마빈 "떠날 수 있는 투자자는 떠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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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종합지수 1000, 코스닥지수 500 돌파'를 낙관하고 있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주가급락을 경고해 유명세를 탔던 도이치증권의 스티브 마빈 투자전략가(상무)는 24일 '셀 코리아(한국주식을 팔아라)'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마빈은 ▶계속되는 소비 침체▶서비스부문의 낮은 수익성▶미국의 수요 약화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의 비중을 줄이라고 강력히 권유했다. 그는 지난주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전망 조사결과가 부정적이었고, 향후 6개월 동안의 경제 전망을 묻는 AC닐슨의 최근 조사에서 한국민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비관적으로 답한 점 등을 들며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높아졌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기운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성장률과 수익성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며 "민간 서비스 영역이 전체 고용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가계지출이 회복되기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마빈은 또 "미국의 최종 수요 둔화를 감안할 때 한국의 수출 또한 급격하게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이는 설비투자.고용.가계소득 등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조정한다"며 "장기 투자자라면 고배당주에 숨고, 떠날 수 있는 투자자는 떠나라"고 권고했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의 유동원 상무도 이날 '한국, 싸지 않다:증시 재평가될 것으로 믿나'라는 보고서에서 "향후 몇달동안 주가지수가 720(재평가가 일부 진행되면 780~790)수준까지 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 상무는 "한국 증시가 싼 게 아니며, 주가지수가 950을 돌파하려면 증시 재평가가 일어나야 하는 데 이를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며 차익 실현을 권했다.

JP모건 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유동성 랠리로 단기적으론 주가지수가 1000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올해 목표를 950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내수 전망이 여전히 흐리고▶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데다▶베이비붐 세대들이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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