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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정상회담 한미 공조없인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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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은 최근 '북한의 체제위기와 한국의 대북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정책 제언을 했다. 하영선 서울대 교수가 진행한 토론회에는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태현(EAI 외교안보센터 소장) 중앙대 교수, 박철희.전재성.신성호 서울대 교수, 이상현.이태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용섭 국방대 교수, 정한울 EAI 외교안보센터 부소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토론회 요지.

냉전의 종식과 함께 한국 정부는 남북교류 및 화해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대립은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한의 수령 옹호 체제는 북한의 체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근본적인 장애로 작용한다. 그동안 북한은 부분적 경제개혁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못하다.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국내 외의 여론이 확산되면서, 탈북자 문제는 남북관계의 경색을 우려해 '조용한 외교'로 대응해온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아무리 한국 정부가 선의를 갖고 북한을 지원하려 해도 북한 스스로 체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탈북자와 인권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개발 문제는 남북 간 상호신뢰 구축과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방해물이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 및 북한 체제 붕괴 방지를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접근 방식에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입장에선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없다. 북한이 핵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 한 체제보장과 경제 회생에 필요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및 대북지원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계속 고집하면서 미국이 북한 체제의 변환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본격적인 대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한.미 동맹을 남북간 교류협력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 한.미동맹 강화를 남북교류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연계시키는 제로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전략은 한국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민족주의 및 반미 감정과 맞물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북.미 간 대립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의 대치상황을 중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리비아 간 협상을 중개한 영국의 역할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 없는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자세 변화보다는 오히려 한.미 간 갈등을 심화시킬 위험성이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이 고려해야 할 정책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한의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면 한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북핵 불용'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우리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기존의 북핵 3원칙을 '핵없는 북한에 대한 과감한 지원'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수단의 배제' '국제공조를 통한 다자적 접근'의 새로운 세 가지 틀로 재구성해봄 직하다.

둘째, 북핵에 대한 우리 자체의 한계선(Red line)을 설정해 구체적 단계별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한국의 입장을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에 일관되게 주지시키는 가운데 효과적인 한.미공조를 통한 북한 설득에 노력해야 한다.

넷째, 유사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군사대비 및 이를 위한 지원체제 구축 등 실질적 조치를 강구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대표집필 :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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