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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연차 뇌물 의혹 무혐의 특검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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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24일 인사청문회에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뇌물 제공 의혹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을 하자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얼마나 억울하면 저렇게 적극 해명하겠느냐”라며 김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박연차 게이트’ 관련 의혹을 끈질기게 추궁했고, 김 후보자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맞섰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검찰이 김 후보자 혐의를 어떻게 무혐의로 종결했는지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하다가 어제서야 미국 뉴욕 한인식당의 여종업원을 직접 조사했다고 답변했다”며 “검찰이 계속 말을 바꾸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만큼 특검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여종업원은 2007년 4월 미국을 방문했던 김 후보자가 이 식당을 찾았을 때 박 전 회장의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김 후보자가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검찰에 자신에 대한 내사 기록 열람 신청을 하고 이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의 공세가 계속되자 한나라당 의원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권성동 의원은 “결국 뉴욕의 한인식당 여종업원들이 김 후보자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검찰이) 얻어 무혐의 종결한 것”이라며 김 후보자의 편을 들었다.

권 의원은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민주당 소속 서갑원 의원, 이광재 강원지사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도 믿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말해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같은 당 이군현 의원도 “박 전 회장 사건과 관련한 내사 기록을 보자는 것은 (이미 검찰이 수사를 종결한 만큼)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김 후보자 부인이 2004년 전 경남도청 직원 강모씨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았고, 김 후보자 측은 이를 보도하려던 언론사(조간경남)의 신문 6만 부를 전량 소각토록 했다”며 “박 전 회장이 투자 형태로 이 언론사에 2억원을 제공한 것은 김 후보자 측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 입에 담기도 어렵다”며 “당시 박 전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었고, 박 전 회장은 나의 라이벌이었던 송모 김해 시장과 가까운 사이였다”고 반박했다. 당시 김 후보자 측 통장에서 조간경남에 550만원이 건네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거 관련 통장에서 광고비로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과 요구한 김 후보자=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얼마 전부터 제기한 김 후보자 부인의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후보자는 “이 얘기를 듣고 집사람이 밤새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어떤 형태로든 이 부분에 대해 집사람에게 사과 표현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를 받으려는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며 강력히 따지자 김 후보자는 “겸손 문제로 비춰졌다면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며 뒤로 물러섰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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