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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 100일간 고된 훈련으로 조각몸매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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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씨는 제가 가르쳤던 연예인들 중 가장 근성이 뛰어났습니다. "

▶ 헬스트레이너 임종필씨가 배용준씨 사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현목 기자

국내의 수많은 연예인들을 몸짱으로 단련시킨 헬스트레이너 임종필(29)씨. 헬스계와 연예계에서 그는 'JP'로 통한다.

그에게 지도받은 연예인들은 배용준을 비롯, 권상우, 비, 차인표, 김민,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이다.

이들 중 JP가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하고 있는 연예인은 배용준. 지난해말 일본 열도를 흥분시켰던 배용준 사진집의 구리빛 탄력있는 몸매가 JP의 작품이다. JP는 배용준의 독기어린 노력 덕분에 그같은 환상적인 몸매가 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배용준과 함께 100여일간 미국 LA 교외의 한 집에서 고독, 고통과 싸워가며 몸을 만들었던 기억을 일종의 훈장처럼 여긴다. 고통을 함께 나눈 경험 덕분에 JP는 톱스타 배용준과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지금은 배용준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BOF'의 전속 헬스트레이너로 활동한다. 헬스트레이너가 연예기획사에 전속으로 몸담는 것은 JP가 첫 사례다.

JP는 배용준과 함께 한 100일간의 기록을 책으로 담아낸다. 2월말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배용준, 100일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배용준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하는 일본 팬들을 겨냥한 책이다. 배용준이 어떤 트레이닝을 거쳐 조각상 같은 몸매를 가꿨는가, 트레이닝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건강상식과 요리법 등이 주 내용이다.

한국어판은 3월말 출간된다. JP는 책 출간에 앞서 기자와 만나 배용준과의 인연, 고된 트레이닝 과정, 인간 배용준 등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 배용준의 몸은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이었다.

JP와 배용준의 첫 만남은 2002년 겨울, 캘리포니아 휘트니스센터 압구정점에서 이뤄졌다. 당시 수습 트레이너였던 JP는 어느 날 배씨의 운동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친해졌다. 배씨가 "하루 같이 운동해보니 호흡이 잘 맞는다"며 개인적으로 트레이닝을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

JP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배용준의 몸을 처음 본 순간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이 생각났다고 한다.

'운동을 많이 하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잘 가다듬으면 최고의 보석이 될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

예상대로 배씨는 운동신경이 아주 뛰어났다. 스노우보드, 스키, 복싱, 합기도 등 운동을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온유한 미소 뒤에는 '강인한 호랑이'의 이미지가 있다고 JP는 말했다.

둘의 첫 작품은 영화 '스캔들'을 위한 다이어트 작업이었다.

배씨는 2003년 봄 조선시대 남녀상열지사를 다룬 '스캔들'이란 영화를 준비한다며 영화컨셉에 맞는 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조선사람이 울퉁불퉁한 근육맨으로 나오면 안되니까 몸을 슬림하게 만들어야겠다며 두달간 8㎏ 감량 목표를 정했다.

JP는 유산소 운동 위주의 프로그램을 짰다. 다이어트 식단은 닭가슴살, 야채, 과일, 고구마 등이었다. 염분도 최소화했다.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닭가슴살 다이어트'는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배씨는 JP의 요구대로 잘 따라왔다. 두달간 '맛 없는'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JP는 그가 참 독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다이어트 식단 외에 몰래 다른 음식을 먹으면, 다음날 눈이 붓는 등 티가 나는데 배씨는 단 하루도 그런 적이 없었다.

JP는 "배씨가 무척 과묵하고, 근성으로 볼 때 연예인 말고 다른 일을 해도 성공할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 무사(武士)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몸을 만들어 달라

'스캔들 다이어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연예계에는 JP의 입소문이 쫙 퍼졌다. 권상우, 비, 차인표,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의 연예인들이 그를 찾아와 트레이닝을 받았다. 덜 알려진 연예인이나 신인들을 포함하면 수는 더욱 늘어난다.

지난해초 어느 날 배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머리를 하고 있으니 청담동의 J미용실로 오라는 것이었다. 부리나케 달려온 그에게 배씨는 '스캔들 촬영을 하면서 빠진 몸을 다시 만들자'고 말했다. 보디빌더 같은 우락부락한 몸이 아니라, '무사(武士)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몸'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배씨의 주문에 JP는 당혹했다. 도대체 어떤 개념의 몸을 원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오랜 구상 끝에 나온 컨셉은 강하면서 날렵한 몸, 바로 브루스 리(이소룡)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배씨가 사진집 촬영을 위해 이같은 컨셉을 요구했던 것을 JP는 나중에야 알았다.

JP는 지난해 5월 '미스터서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배용준의 기획사 BOF의 전속 헬스트레이너가 됐다. 내 몸 만들기에만 집중해달라는 배씨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JP는 몸만들기 작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배씨에게 한가지 약속을 얻어냈다. '나의 트레이닝은 무척 혹독하다. 어떤 가수는 나에게 트레이닝 받다가 토하기까지 했다. 잘 견뎌낼 수 있겠는가'라는 JP의 물음에 배씨는 '물론'이라고 짧게 답했다.

# 100일간의 철저한 은둔생활

사진집을 위한 몸 만들기를 위해 JP와 배씨는 지난해 5월 미국 LA로 날아갔다. 몸 만들기에만 집중하기 위해 LA 교외의 한적한 곳에 거처를 마련한 것이다.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둘은 약속했다. '100일간 절대 집 밖에 나오지 말자'고.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처럼 되자, 도중에 포기하는 호랑이는 되지 말자'는 각오였다.

집안에는 덤벨, 바벨, 벤치프레스, 스쿼트 등 기본적인 헬스기구들만 있었다. 음식재료는 현지 매니저가 조달해줬고, 요리는 JP가 했다.

기본식단은 닭가슴살 하루 1㎏, 밥 800g, 야채(브로콜리, 양파, 당근, 숙주, 호박, 송이버섯 등)는 끼니마다 300g이었다. 마늘과 청양고추의 매콤한 맛으로 최소한의 간을 했다. 염분을 줄이기 위해 백김치도 물에 헹궈 먹었다.

간식은 하루 두번, 고구마와 옥수수로 했다. 혈당이 떨어지면 현기증이 나고 무기력해지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과일도 섭취토록 했다. 배씨는 특히 메론과 토마토를 좋아했다. 물은 하루에 7,8ℓ씩 마시게 했다.

운동은 오전 두 시간, 오후 두시간 하루 4시간씩 '혹독'하게 시켰다. 한마디로 잘 먹으면서 열심히 운동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 개념이었다. 그래야 몸이 탄탄해진다는게 JP의 지론이다.

이같은 과정은 워낙 힘들어서 선수들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씨는 묵묵히 잘 따라왔다.

운동이 고된 만큼 푹 쉬는 것도 중요했다. 배씨는 한국에서 책과 영화 DVD를 한 보따리 갖고 왔다. 톨스토이의 저서, 람세스 등이었다고 JP는 기억한다. (실제로 배씨의 집에 가면 한 방 가득히 책이 쌓여 있다고 한다)

영화 DVD는 다소 지루하지만(JP의 기준에서) 작품성 있는 것들이었다.

혹독한 운동과 맛없는 식단 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고독과의 싸움이었다. 나중에는 사람이 너무 그리워 전화가 걸려오거나 초인종이 울리면 서로 받으려고 다툴 정도였다. 집에 있는 TV도 일절 켜지 않았다. TV를 보면 잡생각이 나고, TV의 음식광고가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배용준씨를 지도하고 있는 임종필씨(왼쪽) [임종필씨 제공]

100일간의 하드 트레이닝을 마치고 집 밖으로 나왔을 때 둘은 성취감에 목이 매었다. JP는 '마치 제대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배씨의 몸무게는 82㎏. 근육을 불려서 평소보다 4㎏정도 더 늘었다. 근육의 강도와 선명도는 더욱 좋아졌다.

10일간의 마무리 트레이닝은 사진 촬영을 위한 근육 다듬기 작업이었다.

하루 4시간의 운동을 유지하면서 당분과 염분을 완전히 끊고, 촬영 직전 하루 정도 물을 일체 입에 대지 않도록 했다. 그랬더니 배씨는 한 술 더 떠 하루하고 반나절을 물을 안마셨다고 한다. 촬영 직전 배씨의 몸무게는 76㎏이었다.

이처럼 혹독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배용준의 무사같은 몸매는 지난해 10월 청담동 스튜디오에서 이틀간 촬영됐다. 촬영을 마친 배씨는 손에 박힌 궂은 살을 자랑스런 훈장처럼 여겼다고 한다.

# 가까이서 본 인간 배용준

운동을 하면서 JP는 배씨의 운동화 밑창 일부분이 닳아 떨어진 것을 보고, 새로 살 것을 권유했더니 배씨는 '아직 멀쩡해. 더 신을 수 있는데 왜 새로 사' 라고 말했다. 미국에 함께 있을 때도 필요 없는 전등이 켜져 있는 것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JP는 미국 생활에서 스타 배용준이 아닌, 형 같은 존재로서의 배용준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힘들어하는 JP를 위해 배씨는 직접 발지압을 해주고, 피곤해서 생긴 얼굴 뾰루지에 연고도 발라줬다고 한다. 빨래, 청소 등 집안일도 교대로 했다.

JP에 따르면 배씨가 즐겨먹는 음식은 시래기 된장국, 청국장 등이다. 최근에는 와인에 푹 빠져있다. 와인을 즐겨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와인문화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한다.

사진집 촬영 직전 근육 다듬기를 할 때 불면증, 무기력 증상 등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한데 한번도 JP나 주위 스탭들에게 짜증 낸 적이 없었다. 독하다는 느낌을 넘어서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JP는 말했다. 마무리 작업 중에도 쉴 때는 항상 책을 읽을 정도로 평정심을 유지했다고 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어 인생문제,이성문제 등의 조언을 해줄 때는 논리정연하게 설득하는 스타일이라고 JP는 말했다.

JP가 지난해 11월 '배용준이 애인과 헤어졌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배씨는 '그렇게 됐다. 헤어진 지 좀 됐어'라고만 짧게 답했다.

JP에 따르면 배씨는 귀엽고 참한 타입의 여성을 좋아한다고 한다. JP에게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지 말고, 너의 자식을 잘 키워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라'고 조언한 것을 보면 배씨의 결혼관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정현목 기자

[JP (임종필) 프로필]

1976년생. 서울 출생

미스터 코리아 선발대회 학생부 2위(1994)

서울시장배 학생부 전체급 1위(1994)

2004년 미스터 서울 선발대회 대상(2004)

차인표, 권상우, 비 트레이닝

KBS 비타민 '건강대장부' 패널 트레이닝

배용준 THE IMAGE VOL.ONE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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