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권의 관심은 이호철 전 민정비서관의 복귀 문제다. 지난 20일 시민사회수석이던 문재인씨가 민정수석으로 복귀하면서 '문재인-이호철 라인'의 재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 수석과 이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권 초기 민정수석과 민정1비서관(현재는 민정비서관)을 맡아 사정, 인사 검증, 친인척 및 측근 관리를 책임졌다.
청와대와 부산 인맥 등에서 최근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이 전 비서관의 청와대 복귀 확률은 매우 높다. 특히 문재인 수석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민정수석실로 가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럴 경우 민정수석실의 파워는 정권 초기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징후는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초부터 준비해 왔던 미국 연수 계획을 갑자기 취소했다. 당시 이 전 비서관은 미국 내 한 대학으로부터 연구원 자격의 입학 허가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전 비서관은 연수 취소 이유를 '부인의 건강 문제'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그의 부인은 지난해 말까지 입원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12월 9일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했고, 그 직후 연수를 취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 설명을 액면대로만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주변에서는 당초 "외국으로 연수를 가라"고 허락했던 노 대통령이 다시 그를 불러 "일을 해줘야겠다"고 권했고, 이 전 비서관이 거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산 인맥의 한 소식통은 "대통령 외에는 이호철씨의 고집을 꺾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18일 3주 일정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다. 주변에선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고, 이번에 청와대로 들어가면 앞으로 3년간 바쁠 것임을 감안한 여행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떠나기 전 이 전 비서관은 "(복귀를)생각 중이다. 그러나 자리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수석 기용설에 대해선 "눈에 띄는 자리에서 일할 수는 없다. 자리가 무슨 문제냐. 일이 목적"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문 수석은 최근 "본인을 설득하는 일만 남아 있다. 결심만 한다면 당장에라도 데려올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비서관의 복귀는 여권 내 역학구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노 대통령의 뜻을 읽는 감각이나 신임 면에서 문재인-이호철 라인을 넘어설 사람이나 그룹이 없기 때문이다.
문-이 라인이 재가동되면 첫 임무는 4월 임기가 끝나는 검찰총장 후임 인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정과 반부패 시스템 정비를 주도할 민정수석실에 정권 초기 이상의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청와대 측은 공직 후보 인선작업의 과열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 단수나 복수로 압축되면 비공식 방법으로라도 언론에 알려주겠다"면서 "이강철 열린우리당 집행위원이 시민사회수석에 단수로 유력하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에서 오래 시민.사회운동을 해 온 점, 노 대통령과 10년 이상 동고동락해 대통령의 뜻을 시민사회에 잘 전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 위원의 기용이 정무 역할의 강화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이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