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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대통령'으로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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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지식사회에서는 요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 나온 동아시아연구원(원장 김병국)의 리포트 『대통령의 성공조건(원장 김병국)』은 올 7월 민간정책연구기관으로 출범한 동아시아연구원의 첫 프로젝트다. 1권은 10여명의 정책연구진이 그동안 논의했던 쟁점들을 논문형식으로 엮은 단행본. 2권은 강경식 전 부총리,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정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정 경험이 있는 원로들의 글과 대담·인터뷰 등을 담고 있다.

출간 시점도 그렇지만 원로들의 이야기를 담은 2권은 특히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작업을 주도해온 박세일(서울대 국제지역원)교수도 이번 작업이 이론과 실무의 수평적 교류임을 강조한다. "이론과 실무 사이의 수평적 교류 없는 학문은 현실과 따로 노는 허학(虛學)이 된다"며 정책연구가 부재한 우리 사회에서 이번 작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첫 작업으로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내놓은 것은 "대통령의 실패가 바로 국민과 국가 전체의 실패로 귀결된다"는 인식에서다. 대통령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선한 대통령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내놓은 국정 최고 리더의 성공조건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그 첫번째 조건으로 식견·자질·품성을 꼽는다.

박교수는 "지금까지 대통령을 권력의 관점에서만 봐왔기 때문에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전통적 교훈을 잊고 있다"며 "대통령이 얼마나 어려운 자리이고, 이에 따라 자기성찰이 얼마나 필요한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60%정도가 퍼스낼리티와 관계있다"고 분석하고 "특히 비판하는 사람을 꼭 곁에 둬야 하고, 정파와 관계없이 최고의 인재를 모으는 데는 대통령의 품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성공적인 대통령의 둘째 조건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권력의 핵심구조 재편이다. 박교수는 "청와대가 내각을 관장·통치하는 지금의 집중적 운영방식은 국가 주도형 발전 모델에 적합한 박정희식 국가운영시스템"이라고 평가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권력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대통령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혼재돼 있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부하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박교수는 "일상업무는 내각으로 넘기는 대신 대통령 업무는 외교·국방을 비롯, 교육개혁·부정부패 등 국민적 컨센서스가 필요한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모니터링하는 과제 추진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즉 '선택과 집중'이다. 청와대 비서실도 일상적 비서업무를 관장하는 비서실과, 이 같은 국가과제를 추진하는 정책기획실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정책기획실에는 이해관계에 엮여 있는 정치인과 관료를 배제하는 대신 대통령과 철학·세계관·목표가 같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한다.

그는 盧당선자에게 충고도 잊지 않았다."인사의 지역적 편중이나 당선의 기여도를 넘어 인재를 넓게 구할 것"을 우선 주문한다. 아울러 "지난 5년간의 부패, 대북정책의 오류를 해결하고, 지지하지 않은 민심을 자기 정책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이 역사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wjsan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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