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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高 유학반 개설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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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대원외국어고는 요즘 유학반을 지도할 교사를 급히 구하고 있다.

내년에 입학할 신입생 4백20여명 중 80여명이 입학도 하기 전에 "유학반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재미동포 등 네 명의 교사가 30여명의 유학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갑자기 수요가 늘게 돼 두세명을 추가로 모시려는 것"이라고 학교 관계자는 말했다.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중심으로 갑자기 유학 열풍이 불고 있다.

수능시험 공부보다는 일찌감치 유학을 겨냥해 SAT(미국의 수능시험 격)나 영작문 등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확 늘어난 것이다. 덩달아 일반고 학생들의 유학 지망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부분은 그 이유를 '국내 교육의 비창의성' '획일적 입시제도'등 때문이라고 말한다.

◇유학반이 늘어난다=내년 초 유학반을 만들기로 한 안양외고는 최근 전교생을 대상으로 토플(TOEFL)을 치렀다. 유학 희망자 숫자도 파악 중이다. 이 학교 이향근 국제부장은 "유학반을 만들어달라는 학부모·학생들의 요구가 거세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2005년 용인에 해외유학 전문 외고가 설립되는 것과 맞물려 지역 외고들이 경쟁적으로 유학반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외고들도 유학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유학반을 시작한 명덕외고는 신입생 4백20명 중 30여명이 유학반을 희망하고 있다. 반진호 유학반 담당교사는 "유학반 희망자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 교사 증원 등 대책을 궁리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고의 한 교사는 "유학반 희망 학생이 지난해보다 세배쯤 늘었다"면서 "비판도 없지는 않지만 유학반을 늘리지 않으면 다른 외고로 전학가겠다는 학생들도 있어 어쩔 수 없이 수요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현재 방과 후나 특기 적성교육 시간을 이용하고 있는 유학반 지도가 조만간 정규시간으로 전환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일반고도 붐=유학 붐은 일반고로도 확산하고 있다. 중·고생을 상대로 SAT 방학특강을 마련한 카플란어학원에는 요즘 문의전화가 빗발친다.

이 학원 이인호 소장은 "종전에는 주로 외고 유학반 학생들이 듣던 SAT반이 현재 일반고 학생으로 35%가 채워졌다"고 말했다.

얼마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합격 통고를 받았다는 현대고 3년 홍승기(18)군은 "강남지역에선 한 학급에 두세명은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며 "입시제도에 대한 염증 탓이 크다"고 말했다.

한 SAT학원 관계자는 "미국 대학 유학설명회 때마다 학부모들이 3백여명씩 몰려든다"며 "우수한 SAT 강사를 유치하기 위한 학원간의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홍익대 교육학과 서정화 교수는 "고등학생들 사이에 유학 붐이 부는 것은 국내 대학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특성화, 교육과정 내실화 등 경쟁력을 높이려는 대학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SAT 응시생 4년 만에 두배로=국내 SAT 응시자수는 1997년 5백15명에서 지난해 1천3백75명으로 늘었다. SAT 전문학원도 늘어나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30여곳이 성업 중이며, 일부 보습학원도 SAT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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