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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학만 잘하면 이공계 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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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수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의과대 편중 지원과 이과대와 공과대 진학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이 2004학년도 입시부터 이공계열 지원자에 대한 선발 기준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연세대는 24일 "내년 정시모집부터 학생부 성적 중 수학과 과학 성적이 우수하고 수능에서 수리·과학탐구 등 2개 영역에서 상위 4% 이내인 1등급을 받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이공계열 정원의 10%를 우선 선발할 방침"이라며 "이런 조치는 모든 과목이 우수하진 않지만 수학·과학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에게까지 입학 기회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도 내년 수시 2학기 모집부터 이공계열에서만 학생 40명을 뽑는 '수학·과학 우수자 특별전형'을 신설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각종 경시대회 수상 경력을 제시해야 하는 현행 '특수재능 보유자 전형'과는 달리 고교장 추천을 받은 수험생 가운데 수학·과학 교과의 학생부 성적과 심층면접을 통해서만 선발한다는 계획이며, 특히 이 전형에 응시하는 수험생에 한해선 최저학력기준(수능 최저등급)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밖에 성균관대도 내년 수시모집에서 내신 반영 방법으로 석차 백분율과 수·우·미·양·가 방식 중 지원자가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입시요강을 바꿨다. 이에 따라 내신에서 불리했던 과학고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대는 지난 17일 이공계 기피 현상을 막고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이공계 입시 개선방안'을 늦어도 2006학년도 입시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대 김승권 입학관리실장은 "대학들의 이런 조치로 자연계열 학생들이 이공계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이런 조치가 이공계열 기피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일부 대학의 이런 조치가 실력에 비해 고른 수능점수를 받지 못한 과학고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지만 나머지 학생의 관심을 이공계열로 돌리기엔 미흡하다"면서 "대학이 산·학 협동사업 등을 확대해 이공계열 학생들의 진로를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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