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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끝자락에서… 문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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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출판시장의 기형적 소비 패턴을 가져온 MBC '!느낌표'가 문학작품을 대거 소개하면서 대형서점 베스트셀러를 소설이 장악했지만 2002년 한국 문학계는 한마디로 '외화내빈'이었다.

느낌표 선정도서, 사랑 시집류의 가벼운 읽을거리, 셜록 홈스 복간본 등 고전 번역물을 제외하면 순문학 신간도서는 초판 소화가 힘들 정도로 독자대중과 문단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졌다.

문학의 위기가 운위된 지 이미 오래된 터라 신예 작가군이 써낼 '새로운 문학'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오히려 올해는 원로 작가들의 작품활동이 더욱 활발했다. 한국문학계의 여전한 기대는 스타급 신예 작가 한 두명이 혜성처럼 새롭게 떠오르는 것이다.

우선 시집에서는 김지하씨의 『화개』와 신경림씨의 『뿔』 등이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소설에서는 조정래씨가 『한강』(전10권)을 완간하면서 한국 근·현대사 3부작을 완성했으며 1천만부 판매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여기에 김지하 사상전집과 38권짜리 고은전집, 30권의 이어령 라이브러리 등이 출간되며 지난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들의 정신 세계를 조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40대 작가군의 경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성석제씨와 『상속』의 은희경씨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1970년대생 30대 작가들은 세대적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꾸준히 내놓았다. 그들이 보여준 건 영화적 글쓰기, 전교조 세대의 특성, 80년대의 정치성 중심 문학과 90년대의 욕망 중심 문학에 대한 결합 시도 등. 김종광·김연수·김경욱·천운영·김윤영·정이현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21세기적 보편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과 탄탄한 서사의 미비 등으로 아직 확고한 세대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평이 주류다.

평단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온 문학권력 논쟁의 제 2라운드가 펼쳐졌다. 김명인·권성우·이명원 등 소장 비평가들이 중심이 돼 펴낸 『주례사비평을 넘어서』가 그것. 창작과비평·문학과사회·문학동네 등 한국 문단 주류가 작품 비평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내용과 이는 상업주의 출판이 야기한 불합리한 문학제도에서 비롯된다는 고발이었다.

우상균 기자

hothe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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