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개표 조작說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2일 낮 한나라당사 1층 로비에 2백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手)개표를 실시하라"고 외쳤다. 한편에선 이를 요구하는 서명도 받았다.

같은 날 선관위의 홈페이지에도 "선거 뒤 루머가 나오는 것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수개표하라"(필명 steve), "참관인으로서 개표 과정에 어떤 의혹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백운수)는 논박이 1천여건 가까이 오갔다.

<관계기사 35면>

발단은 20일 밤 인터넷을 통해 "국가정보원 17년 근무자다. 전자 개표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의 표 47만표가 노무현 후보의 표로 조작됐다"는 요지의 글이 유포되면서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한나라당은 21, 22일 회의를 열어 두 가닥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일단 개표 조작설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한 당직자는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데 따라 주장하다 오히려 당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자 개표기의 신뢰성을 검증하자는 요구는 강하게 하기로 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전자 개표기는 앞으로도 각종 선거에 사용될 기계인데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 만큼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투표함에 대한 증거 보전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지구당별로 파악한 결과 경기도 안성에서 전자개표한 노무현 후보의 1백표 묶음에 이회창 후보의 표가 12∼13표가 섞여 있어 선관위 관계자가 시정하는 등 잘못된 사례가 속속 나온다고 한다.

중앙선관위는 이에 대해 "개표 조작은 있을 수 없다"며 "모든 표를 개표 사무원이 육안으로 재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쪽에선 "우리가 선거 전 전자 개표기에 대해 요구한 보완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현장에선 1백표 묶음 안의 표를 살펴볼 수 없었다"고 재반박,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