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유물선' 발굴 26년만에 복원 인양 8년 보존처리 10년 조립 8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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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남 신안군 증도 앞 해저에서 많은 유물과 함께 발굴돼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신안선(新安船)'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1976년 발굴이 시작된 지 26년 만에 실물 복원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신안선'은 1323년 중국 원(元)나라 때 경원(慶元·현 浙江省 寧波)항에서 일본으로 항해하다 침몰한 중국의 무역선이다. 도자기·동전 등 송(宋)·원시대 유물 2만2천여점과 함께 발견됐다. 인양 과정에서 몰래 빼돌린 유물을 시중에 유통시킨 어민·잠수사들이 무더기로 사법처리되기도 했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18일 "신안선의 보존처리 및 복원이 모두 끝났다"면서 실물을 공개했다. 길이 34m, 최대 폭 11m, 높이 4m, 2백t규모의 범선(帆船)으로 추정되는 신안선의 실제 복원은 길이 28.4m, 폭 6.6m 부분만 이뤄졌다. 훼손됐거나 사라진 부분은 강선(鋼線)으로 처리해 형체만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침몰 후 이 배의 우현(右舷)은 바다 밑 개흙에 묻혀 비교적 잘 보존됐다. 그러나 좌현(左舷)과 뱃머리 쪽은 오랜 기간 조류에 휩쓸려 망가지거나 사라져 3분의 1 가량만 남았다.

선체의 인양부터 복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갔다.

우선 유물들을 모두 건진 뒤 잠수사들이 깊이 20m 해저에서 선체를 네 부분으로 잘라 해체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7백20개의 조각에 일련번호를 붙였고 84년까지 인양을 마쳤다. 수백년 동안 물에 잠겨크게 훼손된 뱃조각들을 수년 동안 민물에 담가 염분을 빼고 이물질을 제거했다. 나무 속 수분을 빼고 특수 화학물질을 투입해 안정화·강화처리한 뒤 한두해씩 건조시켰다. 보존처리에만 10년이 걸렸다.

한편에서는 실제의 5분의 1 크기로 모형물을 제작, 하나씩 짜맞춰 보면서 배의 형태를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94년 12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문을 열면서 배 밑 용골부터 선편들을 하나씩 이어가는 작업이 본격화됐다. 모형 연습 때와는 달리 선편이 정확하게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조립-해체-재조립을 거듭했고 8년 만에 해저에 있던 상태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목포=이해석 기자

lhsaa@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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