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너무 많이 풀려 금리정책 효과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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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금리정책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현 통화정책을 다시 비판했다. 鄭총재는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화당국이 금리정책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먼저 시중에 풀려 있는 통화를 환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금통위의 콜금리 결정이 시중금리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통화량 과잉 때문이라는 것.

그는 "부동산이나 가계대출 문제도 이처럼 넘쳐나는 통화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통화량이 너무 많아 부동산에 자금이 쏠리고 은행들도 가계대출에 주력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통화량을 적정수준으로 조절해야 금리정책이 효과적으로 먹힐 것"이란 얘기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낸 鄭총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정책의 전문가여서 금융계에선 그의 말을 예사롭게 듣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발언에 대해 한국은행은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통화정책이 이미 통화량 위주에서 금리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돈을 흡수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금리를 놔둔 채 통화를 빨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한은도 시중에 풀린 돈이 넉넉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현재로선 통화를 환수해야 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물가상승인데,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관리 목표치인 3%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콜금리를 동결한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의 입장은 현재의 시중 통화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은행권에선 한은의 해석에 동조하는 편이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통화량이 넘쳐나는 것은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자본이 들어온 탓이 크다"며 "금리가 낮아 생긴 부동산값 폭등 문제 등은 시장 참여자들이 저금리 시대에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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