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문제 진퇴양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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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전격적인 핵시설 재가동 선언으로 미국은 '비정상적인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가 14일 전했다.

문제는 한국·일본 등 북한의 인접국들이 이라크와 달리 북한을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하면서 "오히려 이들 주변국은 북한 정권이 무너졌을 경우 예상되는 대혼란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만만찮은 군사력도 미국의 선택 폭을 좁히는 요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북한은 인구가 2천4백만명에 불과하지만 병력은 이라크의 세 배에 달하며, 북한은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북한은 화학·생물학 무기 프로그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내 시각차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즉 부시 참모들은 이라크 해결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행정부 내 이라크 정책 비판론자들은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행정부 자체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CNN 인터넷판도 13일 "북핵 해결책을 둘러싼 미 정가의 반응은 확연히 양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CNN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핵 확산 문제 전문가 존 울프스탈의 말을 인용해 "지금 워싱턴은 악의 축에다 깡패국가인 북한은 도저히 협상이 불가능한 상대며, 따라서 기존의 봉쇄·억제·고립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강경파들과 이미 북한은 더 이상 고립시킬 여지도 없는 만큼 외면보다 협상하는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는 온건파로 나눠져 있다"고 소개했다.

뉴욕 타임스도 14일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논란거리로 남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백악관은 북한과 타협하지 않을 방침임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이런 강경조치는 북한 주변국들과의 마찰을 초래하는 등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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