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폐연료봉 등 核시설 감시장치 제거땐 유엔 安保理로 넘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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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진 특파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4일 "만일 북한이 폐연료봉 저장창고를 비롯한 핵시설에 대한 봉인이나 감시 카메라를 스스로 제거한다면 이는 핵확산 금지 의무의 심각한 위반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계기사 8면>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날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IAEA가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자체적으로 이를 제거할 방침이라고 통보해 왔다"면서 "나는 북한이 자체 제거라는 악수(惡手)를 두지 않도록 재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특히 "만일 북한 내 폐연료봉 저장고에 대한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제거한다면 이는 북한에 직접 플루토늄 물질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이란·이라크 등 3개국 가운데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소개하면서 "북한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방침이 전해지면서 미국은 '제2의 북핵 위기'를 막기 위해 전방위 외교전에 돌입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2일 러시아·중국·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과 연쇄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 해결 방안을 집중 협의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파월 장관이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 등과 전화 회담을 했다"고 말했다. 파월 국무장관은 오는 20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북핵 문제를 재차 논의할 예정이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핵시설 봉인과 감시 카메라 철수 요구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상주하고 있는 IAEA 사찰관들을 추방하려는 징후가 있으나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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