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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인수 경쟁 신한지주·서버러스 써낸 가격 '거기서 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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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흥은행 인수에 참여한 신한금융지주와 서버러스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조건 등을 비교한 결과 신한지주가 다소 유리하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 곳이 제시한 인수 조건에는 손실 보상 등 세심하게 따져야 할 부분이 많아 17일로 예정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2차 매각소위에서 우선협상 대상자가 결정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신한이 다소 우세한 조건=재정경제부와 공자위 등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정부 보유지준의 절반(조흥은행 전체 지분의 40%)을 주당 6천1백53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했다. 서버러스는 주당 5천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한지주는 나머지 조흥은행 지분(전체의 40%)에 대해서는 신한지주의 주식으로 주겠다며 주당 비율을 약 1대 2.9 정도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흥은행 2.9주를 신한지주의 주식 1주로 쳐주겠다는 것이다. 11일 신한지주의 종가(1만3천1백원)를 기준으로 이 비율에 따르면 조흥은행의 주당 가격은 4천5백17원이 된다. 매각 주간사가 평가한 조흥은행의 주당 가치(최고 6천4백원)는 물론 11일 종가(종가 4천7백70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신한지주가 제시한 값을 단순하게 계산하면 현금지급 가치(주당 6천1백53원)와 주식지급 가치(주당 4천5백17원)를 평균한 주당 5천3백35원으로 서버러스보다 약간 높을 뿐이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관계자는 "최근 신한지주 주식이 저평가돼 있지만 주가가 오르면 주식지급 가치는 많이 올라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가격 분식 가려내야"=익명을 요청한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은 "신한지주와 서버러스가 제시한 가격조건은 짙은 화장(분식)을 한 것처럼 한눈에 정확한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게 돼 있다"며 "제 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는 인수자들이 핑계대고 빠져나갈 구멍을 꼼꼼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조흥은행의 계약 전 손실보상(Indemnification) 규모를 1조1천억∼1조5천억원으로 추정하되 부실이 추가로 드러나더라도 현금 지급가격(주당 6천1백53원)을 10% 이상 낮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버러스는 조흥은행의 부실 규모를 수치로 밝히지 않고 앞으로 드러나는 추가 부실에 대해서도 보장을 요구해 사실상 풋백옵션(사후 손실보장)을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한지주의 제시 가격이 다소 높다고 하더라도 대금의 절반을 주식으로 납부하는 만큼 주가 폭락에 대비해 최소한의 금액을 보장받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신한지주는 경우에 따라 현금 결제 비율을 높일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조흥은행 주당 가치평가와 주식교환 비율 등 전체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철근·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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