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분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감독 위라세타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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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엉클 분미’로 올 프랑스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40·사진). 내로라하는 세계적 명장들을 제치고 태국 감독으로는 처음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그가 한국을 찾았다.

18일 개막, 24일까지 열리는 제4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 ‘엉클 분미’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영화는 예매 3분 만에 매진되는 인기를 보였다. 다음 달에는 일반 개봉될 예정이다.

‘엉클 분미’는 신장병을 앓고 있는 중년의 엉클 분미가 생의 마지막 하루에 떠난 신비의 여정을 담았다. 죽은 가족들은 유령이 돼 그를 찾아오고, 그는 이들과 함께 정글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정글에서 일이 시작되고, 정글이 상상력을 자아내는 감독 특유의 ‘정글비전’ 영화다.

몽환과 명상의 분위기 속에 전생과 환생, 육체와 영혼, 인간과 자연(동물)의 경계를 묻는다. 이야기 구조를 극단적으로 해체했던 그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스토리라인이 선명하다. 공산주의자 몰살 사건 등 태국의 정치·역사적 경험도 녹아있다.

“‘엉클 분미’는 4년 전부터 태국의 폭압적 현실을 다양한 매체·장르에 담아온 ‘프리미티브(primitive)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태국 동북 지역의 마을 풍광을 충실히 그리려 했어요. 정치적, 사회적으로 억압이 심했던 지역인데 정작 그곳을 진지하게 탐구한 적이 없더라고요. 영화라는 장르 자체, 영화문화에 대한 헌사이기도 합니다. 총 6개의 릴로 찍었는데 릴마다 전통적 영화, TV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스타일을 달리했습니다.”

그는 태국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미국 시카고예술학교 학부·대학원을 졸업했다. 디지털과 필름, 영화와 설치미술 등 경계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허문, 사적이고 주관적인 영화로 유명하다. 두 번째 장편 ‘친애하는 당신’으로 2002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고 2004년 ‘열대병’으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등 칸에서 인정받고 있다.

“아직 태국영화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특정한 스타일을 개발하지는 못했습니다. 저 역시 태국영화의 정체성을 떠나 주관적·개인적 경험을 영화로 옮기는 영화인이고요. 개인적으로는 황금종려상을 받기에 너무 젊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칸영화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태국의 정치상황 때문에 여권이 보류돼 영화 상영 전날에야 출국할 수 있었다고. “정부의 검열이 너무 심해 그를 피하는 제작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시카고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 홍상수 감독의 영화(‘하하하’)를 놓쳐서 안타까워요. 한국의 디지털영화에도 관심이 많아요. 특히 김곡·김선 쌍둥이 감독의 영화가 인상적입니다. ‘엉클 분미’가 이번에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된 데 이어 ‘프리미티브 프로젝트’도 다음 달 7일 개막하는 미디어시티 서울에 초대받아 더욱 기쁩니다.”

글=양성희 기자
사진=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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