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대폭 올리거나 아예 "사라" 강요 상가임대차법 부작용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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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과 관련한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건물주들이 임차인에게 법의 보호 대상 임대보증금 상한선을 초과하는 임대료를 요구하는 데 이어 최근엔 임대차계약을 맺은 세입자에게 해당 점포를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받기를 강요하고 있다.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상 제한 때문에 초과 수익을 얻기 어려워지자 아예 팔아버리겠다는 의도에서다.

세입자들은 그동안 투자한 돈과 권리금 등을 건지기 위해선 분양받을 수밖에 없으나 가격이 비싸 반발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 인근의 한 수입상가 상인들도 분양문제를 놓고 건물주와 석달째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이곳의 임대료는 보증금 6백40만∼9백60만원에 월세 9만원으로 서울지역 상가임대차보호대상(환산보증금 2억4천만원 이하)에 적용된다.

그런데 지난 8월 이 건물을 취득한 I사는 1억∼1억5백60만원에 등기분양 받을 것을 상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세입자인 박모(52)씨는 "10년 가까이 2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하고 영업을 해왔는데 갑작스레 분양에 나선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물주 측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설 증축 등 투자를 늘리려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귀금속 상가 임차상인들도 지난달 건물주로부터 평당 5천만∼5천5백만원, 점포당 2억2천만원선에서 분양으로 전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곳의 한 상인은 "분양을 받지 않으면 평당 7백50만원 가량 들인 시설투자비를 날리게 될 판"이라며 "기존 임차인에게 우선분양권을 준다고 하나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건물주는 "경매를 통해 건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이미 임차상인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임동현 정책부장은 "기존 임대차 계약을 분양 형태로 파는 것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흐리는 또 다른 부작용인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caf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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