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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 의식 절실한 KBO와 선수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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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한때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뤄 국내 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는 지난달 약 3주간의 일정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여행 동안 피아자는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야구 클리닉을 열었다. 독일에서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명의 독일 출신 선수 가운데 한명인 시몬 거링과 함께 어린 선수들을 지도했고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클리닉을 열었다. 그는 이탈리아야구협회로부터 등번호 31번이 새겨진 이탈리아 국가대표 유니폼을 기증받기도 했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 방문을 마친 뒤 교황청을 찾아 교황을 만나고 여행을 끝냈다.

정규 시즌이 끝난 뒤 이뤄진 피아자의 유럽행은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기보다는 메이저리그라는 '상품'을 선전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통산 열번이나 올스타에 뽑힌 수퍼스타 피아자가 움직일 때마다 팬들이 몰려들었고, 미디어가 그의 행동을 낱낱이 보도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비시즌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야구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던 것이다.

메이저리그 국제사업부(MLBI)의 폴 아치는 "메이저리거들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유럽시장을 개척하고 그들의 풀뿌리 스포츠에 메이저리그의 비료를 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의 이러한 노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야구의 불모지 유럽 독일과 네덜란드·이탈리아에 성인야구리그가 뿌리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메이저리그가 유럽과 아시아시장을 개척하고, 피아자의 출장에서 보듯 사무국과 선수가 진정한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협력하는 모습은 국내 프로야구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피아자의 출장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구체적인 계획 아래 선수 노조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선수들이 이에 응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20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선수들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외활동에 인색하며 '덜' 협조적이다. KBO가 상위 기관인 양 군림하려 들고 선수들이 '노비문서' 운운하며 자신들의 불이익을 하소연하던 때가 지났건만 둘이 한 곳을 보는 게 아니고 마주보고 있는 구도로 비춰진다. 선수들의 권익은 선수협의회의 출범과 자유계약선수 제도 정착 등을 통해 개선됐다. 이젠 둘이 협력하고 힘을 모아 야구 저변확대와 인기몰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그리고 선수협은 그 둘 사이의 '다리'가 돼야 한다.

프로야구 최다승 투수 송진우(한화)가 고향 증평을 찾아 평소 야구를 접할 기회가 없는 고향 팬과 어린이를 위해 야구교실을 열고, KBO는 지자체 관계자를 만나 증평에 리틀야구장 같은 것의 건립을 추진한다면 그건 분명 야구의 미래를 위해 비료를 뿌리는 일이 된다. 또 주요선수들이 제주도 등 야구 소외지에 모여 다양한 행사를 통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여간다면 프로야구의 저변은 그만큼 확대된다. 이런 활동을 추진하는 것은 KBO의 몫이고,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선수협의 몫이다. KBO와 선수협은 서로의 공통분모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동업자 의식을 발휘했으면 한다.

야구전문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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