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도입 앞두고 은행·보험사 활발한 제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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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8월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의 보험상품 판매) 도입을 앞두고 은행과 보험사들이 앞다퉈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보험 상품을 팔아 수수료 수입을 벌어들이고 보험사는 새로운 판매 창구를 확보할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은행·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에 대비해 손을 잡았으며 다른 은행·보험사들도 활발한 접촉을 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한 영업망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국내 회사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제휴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위원회는 특정 은행이 특정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독점 계약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방카슈랑스 제휴에는 여러 은행·보험사가 복잡하게 얽힐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프랑스생명의 지분 50%를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현재 프랑스생명은 독일 알리안츠 금융그룹이 1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알리안츠는 하나은행의 최대주주이기도 해서 하나은행·프랑스생명·알리안츠생명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카디프생명과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사망하거나 1급 장해를 당할 경우 카디프생명에서 대신 돈을 갚아주는 형태의 복합 금융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카디프생명의 모회사는 프랑스 BNP파리바 금융그룹으로 신한금융그룹과는 방카슈랑스뿐 아니라 투자신탁 등 여러 부문에서 제휴·협력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국내외 보험사들과 함께 방카슈랑스 자회사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윤병철 회장은 "삼성생명·AIG생명 등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손해보험 분야에선 삼성화재와 제휴했다.

네덜란드 ING생명은 최근 방카슈랑스 제휴를 위해 국민은행의 지분 2%를 내년 5월까지 증시에서 더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ING생명은 국민은행이 보험 상품으로는 ING의 상품만 판매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국민은행은 이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금감위의 승인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방카슈랑스 독점 계약은 초기에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일단 복수 제휴 형태로 방카슈랑스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ING는 이미 국민은행 지분 4%를 보유하고 있어 ING와 국민은행은 어떤 형태로든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삼성생명과 대구은행도 최근 방카슈랑스를 위해 손을 잡았다. 양측은 앞으로 ▶보험 상품의 공동 마케팅·판매 ▶방카슈랑스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여러 은행과 제휴해 판매망을 최대한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보험사들의 제휴도 활발하다. 앞으로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증권사 등도 보험 상품을 팔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저축은행중앙회와 방카슈랑스를 위한 포괄적인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직원들에 대한 보험 교육을 지원하고 관련 상품 개발,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와 별도로 시중은행과의 방카슈랑스 제휴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해상화재보험도 지난 9월 저축은행중앙회와 방카슈랑스를 위해 손을 잡았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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