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제 도입 늦추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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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투자자들이 온라인 증권거래를 할 때 반드시 공인인증서(암호 파일)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의 도입이 1∼2개월 유예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당초 내년 1월 초부터 이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일 "사용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1∼2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실제 거래를 할 때 이전 방식(ID·패스워드 확인 방식)을 병행토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증권사가 공인인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유예되는 것은 아니며 연말까지 완비하지 못 할 경우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용중지를 명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는 고객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되 공인인증서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HTS에 접속할 때 기존 방식을 사용할지, 공인인증서를 받을 지를 묻는 추가 메뉴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공인인증서란=온라인상의 인감도장과 같은 암호 파일이다. 지금까지는 온라인 거래를 할 때 사용자 확인을 위해 ID와 비밀번호(패스워드)를 기재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인인증서는 신청자별로 고유한 난수표(암호)를 전자 방식으로 발급해 고객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플로피 디스켓 등에 내려받게 된다. 금융기관 서버컴퓨터는 고객이 접속할 때나 거래가 발생할 때 이 파일을 확인한다. 따라서 ID나 패스워드가 누출되더라도 암호 파일이 없으면 거래가 차단된다.

이미 HTS를 사용하는 고객은 이미 인증서 발급을 위한 본인 확인 절차가 끝난 만큼 증권사 객장을 다시 방문할 필요는 없다.

HTS시스템에 접속할 때 한 번만 새로운 암호를 입력하고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이후에는 접속할 때마다 컴퓨터간에 자동 확인이 이뤄진다. 다만 암호 보호를 위해 1년마다 등록을 갱신해야 한다. 주문을 낼 때도 암호확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거래가 약간 지체될 수 있다.

◇문제점은 없나=대부분의 증권사가 연말까지는 인증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또 대우 등 9개 증권사가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고 삼성·LG증권 등도 이번 주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증권전산 전자인증사업팀 허규태 과장은 "약정 점유율이 70%가 넘는 6개 대형 증권사들이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여서 연초 인증서를 받기 위해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러나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는 6개 증권사와 다른 금융사 사이의 인증서 호환 작업은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이미 은행 쪽에서 발급받은 인증서는 증권 등 다른 금융권에서는 아직 사용할 수 없다. 온라인용 인감도장이 여러개 필요한 셈이다.

인증서 사용에 따른 수수료 부과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전산 측은 일단 2003년에는 무료로 서비스할 계획이지만 이후에는 인증서당 5천∼1만원의 사용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고객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일부 증권사가 이를 떠안겠다고 나설 경우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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