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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못 채우는'사랑의 도시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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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무지개공부방 자원봉사자들이 결식 학생들에게 배달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구미=조문규 기자

시민단체 나선 구미시
자원봉사자와 함께 101명에 더운 식사

"선생님 케첩 더 주세요." "저도요…."

지난 18일 낮 12시 경북 구미시 상모동의 무지개 공부방. 초등학생 5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식사를 하느라 20여평의 공부방이 떠들썩했다. 공부방의 지도교사 서희영(41)씨는 아이들의 볶음밥 위에 케첩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활짝 웃었다.

구미의 시민단체인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대표 장흔성.41)가 운영하는 이 공부방이 100여명의 결식 학생을 위한 보금자리로 자리잡고 있다. 공부방은 1998년 구미경실련이 만들어 이 단체에 운영을 맡겼으며, 평소 회원의 회비와 기부금 등으로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는 초등학생 30명에게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시간 공부방 주방에서는 지도교사와 자원봉사자 등 5명이 밥.반찬.국을 도시락통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반찬은 명태포 무침.소시지 부침과 우거지 된장국. 후식인 토마토까지 챙겨 배달에 나섰다.

이들은 인근 상모동과 사곡동의 결식 중.고교생 집을 찾아 일일이 도시락을 전달했다. 44명분의 도시락 배달은 40분 만인 낮 12시40분에 끝났다. 자원봉사자인 황옥희(49.구미 주부교실 총무)씨는 "학생들이 따뜻한 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에게서 '사랑의 도시락'을 받는 학생은 초등학생 54명, 중학생 30명, 고교생 17명 등 모두 101명.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렵고, 부모가 일을 하는 바람에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학생들이다.

구미=홍권삼 기자

▶ 구리시가 결식 아동에게 제공하는 보온 도시락.

제대로 챙기는 구리시
"행여 온정 식을라" 공무원 직접 배달

경기도 구리시는 2년 전부터 음식재료 구매부터 조리와 전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시가 철저히 관리해 결식아동에게 질 높은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다. 시는 2003년 2월 구리시사회복지관을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 위탁기관으로 지정했다. 복지관은 우선 결식아동들을 위한 도시락 식단 짜기를 보건소 영양사에게 맡겨 과학적인 식단으로 자라는 어린이들이 충분한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사회복지관 직원들이 직접 시장에 나가 신선한 음식재료를 구매하도록 제도화했다.

조리는 새마을부녀회.여성단체협의회 등 사회단체에서 솜씨 좋은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맡겼다. 배달은 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겨울 들어서는 보온도시락 170개를 구입, 어린이들이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구리시는 급식이 필요한 데도 지원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을까봐 본인이나 가족의 신고는 물론 사회복지사.통장.부녀회장 등의 추천을 수시로 받고 있으며 SOS상담소, 1391 아동학대예방센터 등과의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무성 구리시장은 "주어진 예산으로도 결식아동들에게 알찬 도시락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공무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끼니를 거르는 아동들이 한 명도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리시는 현재 198명의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전하고 있다.

구리=전익진 기자

아동 급식비 끼니당 500원 올려 민관합동위원회 구성도

오는 3월부터 저소득층 결식아동에 대한 무료 급식단가가 한끼당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른다. 또 현재 3만9000명인 학기 중 토.일.공휴일 급식 아동수도 방학 수준인 25만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시.군.구별로 민관 합동의 아동급식위원회가 설치돼 급식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게 된다.

정부는 19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아동급식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결식아동 급식업무를 중앙부처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바꿔 나가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군.구별로 '아동급식위원회'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 관계 공무원.교사.학부모.영양사.시민단체 및 자원봉사기관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정부의 '아동급식 표준 운용지침'을 참고해 급식의 질과 서비스 수준을 결정하며, 급식과정에 대한 감시활동도 펼치게 된다. 정부는 또 시.군.구가 급식업무를 민간업체 또는 식당에 맡길 경우 급식단가를 상황에 맞게 탄력 적용할 수 있도록 예산집행 재량권을 주기로 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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