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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프로네]마리째 들여온 생고기 비싼 부위부터 '품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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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생구이는 '알몸'이다.양념구이처럼 적당히 숨기고 가릴 보호막이 없다. 그래서 육질이 나쁘면 바로 들통이 난다. 얼렸다 녹인 고기는 생구이로 적당하지 않다. 아무리 해동을 잘 했다고 해도 육즙의 형태가 불안해 맛이 떨어진다. 생구잇감으로 냉동이 아닌 냉장육을 써야 하는 이유다. 부위도 살코기 사이로 기름이 거미줄처럼 뒤엉킨 꽃등심이 생구잇감으로 으뜸이다. 뻘건 살코기만 있는 국거릿감은 생고기를 굽는 불판엔 얼씬도 못한다.그러니 값은 비싸게 돼 있다. 가격을 따지는 건 일단 접어둬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경기도 용인 레이크 사이드 골프장 입구에 위치한 '유프로네'(031-339-9180)는 생고기를 간판메뉴로 내세우는 곳이다. 전라도 함평에서 매일 얼리지 않은 쇠고기를 마리째로 들여 온다.

이 집에 생구이를 먹으러 왔다면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부위를 주세요"라고 외치며 식탁에 앉는 게 순서다. 다른 고깃집에서 한 것처럼 메뉴판을 보고 가격을 따지며 옹색하게 굴 필요가 없다. 싼 부위는 문제가 없지만 비싼 부위를 주문했다간 "다 떨어졌는데요"란 답을 듣기 쉽기 때문이다. 쇠고기를 마리째로 들여오니 부위별로 양이 한정돼 있어 무한정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가격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일찍 온 손님들이 좋은 부위부터 먹어버려 저녁 늦게 온 손님은 생구이는 맛도 못보고 양념갈비나 불고기로 대신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부위별 가격(1백30g기준)은 마블링이 잘된 꽃등심A가 2만6천원으로 제일 비싸고, 다음은 간을 받치고 있던 간바짓살(2만5천원)·특꽃살(2만3천원)·갈빗살(2만3천원)·차돌박이(2만원)순이다. 생등심은 1백50g에 1만8천원이다.

연기가 나지 않는 특수 화로에 종업원들이 고기가 타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구워준다.

일반 고깃집의 파무침 대신 고추장 소스에 버무린 얇게 썬 양파무침이 나온다.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독특하다.반찬으로는 꼬막·참나물·갓김치·백김치·감자조림 등 10여가지가 오른다. 식사는 영양돌솥밥(1인분 6천원)이 있는데 흑미·콩·은행·고구마·대추 등을 넣어 1인분씩 약수로 지은 밥이다. 곁들여지는 무청조림·된장찌개·마른 김은 40, 50대 남성들에게 어머니 밥상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yj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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