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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 "나를 밟고 가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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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노호(老虎)' 조훈현9단이 놀라운 강행군을 이어나가고 있다. 상대는 최강의 신예기사들. 이들을 상대로 조9단은 열흘 남짓한 사이에 다섯판의 혈전을 잇따라 펼치고 있다.

그는 월요일인 지난 2일,박영훈3단과 기성전에서 맞서 흑4집반승을 거두고 도전자 결정전에 나서게 됐다.

수요일인 4일엔 천원전 결승에서 송태곤3단과 맞섰다. 1대1로 팽팽한 가운데 벌어진 제3국에서 조9단은 중반까지 필승의 형세로 앞서나갔으나 후반 대반격에 나선 송3단의 파워에 무너져 거대한 대마가 잡히고 말았다(송3단은 이제 나머지 두판 중 한판만 더 이기면 생애 첫 타이틀을 따내게 된다).

조9단은 이 패배를 되새겨볼 여유도 없이 금요일인 6일엔 조한승5단과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을 둔다. 그리고 다음주에도 11일 송태곤3단과 천원전 결승4국을 치르고 그 이튿날 윤준상초단과 기성전 도전자결정전을 둔다.

연속 벌어지는 다섯판의 대국이 모두 중요한 바둑이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조훈현이란 노장에게 집결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천재' 조훈현이 나이를 떠나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조훈현9단은 '바둑황제'라는 별명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훈련교관'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젊은 신예강자들에게 누구보다 강한 조9단이야말로 신예들을 강한 승부사로 키워내는 진정한 교관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천원전에서 조훈현9단과 명승부를 펼치고 있는 '소년장사' 송태곤3단이 가장 좋아하는 기사가 바로 조훈현9단이다. 그는 조훈현9단의 바둑을 목표로 공부해 왔고 드디어 조9단과 우승컵을 다투며 마지막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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