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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2기 외교 교과서는 '민주주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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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의 반체제 인사가 쓴 책 한권이 부시 2기의 외교정책을 이끄는 이념 교과서가 될 전망이다. 문제의 책은 나탄 샤란스키가 쓴 '민주주의론(The Case for Democracy)'.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이 책을 탐독한 데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도 18일 청문회에서 샤란스키의 이름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샤란스키는 우크라이나 태생의 유대인으로 소련 시절 반체제 사범으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고 9년간 복역한 후 이스라엘로 이주, 장관이 된 이스라엘 보수 우익 정치인이다.

라이스는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쿠바.미얀바.이란.벨로루시.짐바브웨 6개국을 '공포 사회'라고 규정한 후 어떤 사회가 자유사회인지 공포사회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샤란스키의 '마을 광장(Town Sqare) 시험'을 제시했다.

"누구든지 마을 한복판에 걸어가 자신의 견해를 발표해서 체포.투옥.협박 등의 위협을 받는다면" 그 사회는 '공포 사회'다. 반대로 아무런 위해를 받지 않는다면 자유사회라는 것이다.

전 세계를 자유사회와 공포사회로 양분하는 샤란스키의 이론은 부시 대통령의 입맛에 딱 맞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자유사회 간에는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 미국 건국 이후 벌어진 전쟁들은 공포사회(독일.소련) 간에 또는 공포사회와 자유사회(북한.미국) 간에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통해 자유사회가 확산되면 전쟁이 없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공포사회였던 이라크에서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는 것은 중동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고 자유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에 해당된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샤란스키에 푹 빠져 있다. 취임을 앞두고 그의 '민주주의론'을 정독한 부시 대통령은 샤란스키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한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워싱턴에는 라이스가 부시에게 샤란스키의 책을 추천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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