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급 11개사 경쟁력 GM·인텔 등의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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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의 경쟁력이 선진 글로벌 기업의 절반에도 못미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국내 업종별 11개 대표 기업과 GM·인텔 등 글로벌 기업 13개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기업의 평균을 5점으로 봤을 때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2.26점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의 미래를 결정 짓는 연구개발(R&D) 부문은 1.5점에 그쳤으며, 최고경영자(CEO) 육성 시스템 부문은 2.2점, 세계화는 2점에 머물렀다. 핵심 인재 확보(2.15점)와 윤리 및 환경 중시 경영(2.13점)부문도 경쟁력이 크게 뒤졌다.

연구소는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회사의 핵심 역량에 맞는 사업 발굴 ▶시장이 요구하는 R&D강화 ▶CEO 선발 및 육성 시스템 마련 ▶업종과 현지 상황을 감안한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핵심 인재, CEO 육성도 미흡=국내 기업들은 리더십을 유지하는 가장 큰 관건인 차기 CEO 육성 프로그램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표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인사 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 조사 결과 국내 기업의 CEO 보상 정도는 미·일 등 세계 25개 주요 국가 중 23위이며 장기(長期) 인센티브 수준이 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핵심 인력 확보 역시 고급 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 증가 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글로벌 기업은 '글로벌 인재 풀(Pool)'을 통해 CEO를 뽑고 경쟁업체의 경영자 영입도 활발하다. 미국의 경우 매출액 10억달러 이상 기업 중 59%가 'CEO 선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일본 소니는 19만명의 임직원 중 30,40대 사원 5백명을 CEO 후보자로 뽑아 경영자 수업을 받게 한다.

◇불투명한 미래 준비, 갈길 먼 세계화=국내 기업들은 블루투스·MPEG 등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일부 차세대 기술만 확보한 상태다. 나노·생명공학 등 다른 신(新)산업 분야는 진입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정유·철강 등의 신소재 개발 역시 성과가 미흡한 상태다. 특히 R&D투자의 경우 글로벌 기업 평균치(매출액 대비 5.2%)의 절반인 2.6%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들은 또 규제 회피, 원가 절감을 이유로 수동적인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으나 현지 특성을 감안한 차별화된 글로벌 전략은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3년간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의 제휴도 10건에 그쳤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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