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유혈폭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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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딜리 AP·AFP=외신종합]지난 5월 독립한 동티모르가 4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두 명이 숨지는 등 유혈폭동이 빚어지자 국가비상사태와 통행 금지령을 선포했다.

이날 수도 딜리시에서는 경찰의 동료 학생 체포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자 여기에 시민들이 가세해 시위대는 수천여명으로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호텔과 상점을 약탈하고 외국인 소유 수퍼마켓에 불을 지르자 경찰이 발포해 최소한 두 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

목격자들은 "16세 가량의 학생 등 두 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학생은 의사당에 난입해 유리창과 집기를 부수고 경찰청사에 몰려가 돌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 현장엔 유엔 평화유지군이 배치됐으나 시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도 시위대에 질서 유지를 호소하기 위해 경찰청사 외곽지역에 도착했지만 폭동이 계속되자 청사 안으로 피신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동티모르 정부는 비상각료회의를 열어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를 기해 국가비상사태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로제리오 로바토 내무장관은 "이번 시위는 정부를 전복하려는 기도"라고 말했다.

이번 유혈 시위는 지난 3일 경찰이 지방의 고등학교에 난입해 집단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 학생을 강제로 체포하면서 촉발됐다.

영국의 BBC방송은 "동티모르가 독립 이후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누적됐던 내부 불만이 학생들의 시위를 계기로 분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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