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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김일수 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7면

"불에 탄 것 말고는 다 가져 오세요. 제가 싹 고쳐 드리겠습니다."

현대중공업 해치커버 생산부에 근무하는 김일수(55·사진)기사는 회사에서 '맥가이버'로 통한다. 조그만 주머니칼 하나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는 외화의 주인공 맥가이버처럼 그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고장난 장비도 제대로 작동한다. 이산화탄소(Co2) 용접기 2백10대를 비롯해 해치커버 생산부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비와 공구에 대한 유지·보수·관리가 金기사의 몫이다.

그의 원래 직종은 용접. Q3·Co2·SUS·자동 등 무려 네가지 용접 자격증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실력도 최고다. 1977년에 입사해 이 부서에서만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어디다 내놔도 절대 굶어죽지 않을 녀석이라고 말하곤 했죠." 그는 고교를 졸업하고 고향인 강원도 동해에서 배를 건조하는 일을 했다. 동료인 신동택씨는 "金씨는 무슨 물건이든 그냥 버리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 들어온 부품들은 반드시 한번 더 사용된다. 지난달에는 고장이 나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수천만원짜리 용접장비를 새 것같이 고쳐 놓아 원가절감에 한 몫했다.

그는 아직 흰 머리카락 하나 없고 몸매도 날렵하다. 건강 비결은 자전거 출퇴근. 퇴근할 때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지만 한번도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간 적이 없다. 회사 앞 명덕시장에서 옷 수선 가게를 하는 부인(김순녀씨)을 태우고 퇴근한다. 부인 金씨는 "딱딱한 자전거 짐받이에 타고 가도 남편의 허리춤을 잡고 가면 어떤 고급 승용차보다 더 편하다"며 웃었다. 부인 가게가 문을 닫는 시간은 오후 8시. 그 시간에 맞추다 보니 부원 중 가장 늦게 직장을 나선다. 그는 부서 문을 잠그기 전 탈의실 문단속은 물론 가스 라인과 공기구 고장 유무를 꼭 확인한다. 그가 최근 '11월의 현대중공업맨'으로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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