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국정원도청 의혹]대선 코앞… 서둘지 않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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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의 광범위한 불법 도청의 증거"라며 지난 3월 작성된 자료에 이어 박지원 당시 청와대 특보 등이 등장하는 자료를 추가로 폭로하면서 국정원의 불법 도청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사 시기·방법 등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쟁점=서울지검은 민주당 이강래 의원 등 두 명이 한나라당과 김영일 사무총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지난달 30일 공안 2부에 배당, 수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비록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사건이지만 金사무총장이 허위 사실 공표로 李의원 등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가리기 위해선 그가 제기한 도청 의혹의 진위를 먼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서울지검 공안2부는 참여연대가 "4천억원 대북 지원설 수사와 관련, 도청 의혹이 있다"며 국정원을 고발한 사건 수사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다.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통상 절차에 따라 고발인 조사만 한 상태였다. 하지만 金사무총장이 도청 의혹을 폭로하자 "문건 형식 등이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고 신건 국정원장 등이 강하게 반박했고, 李의원 등은 金사무총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李의원 고소 내용의 핵심은 "金사무총장이 국정원 도청 자료라고 공개한 문서들은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정보 자료를 편집해 다시 가공한 문서"라고 주장한 부분이다.

◇수사 전망=검찰은 사안의 성격상 도청의 실제 여부와 그 주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등의 무제한 현장검증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국정원의 도·감청 시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 도청 의혹과 관련, 특정 전화번호에 대해 반경 1㎞ 범위에서 도청이 가능한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검찰이 이번 사안을 서둘러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법조계 인사의 전망이다. 도청 자료에 등장하는 3당의 국회의원 등 50여명을 단기간에 불러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수사의 걸림돌이다.

조강수 기자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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