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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적극 인수 지시 … 곧 TF팀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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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해 최대의 인수합병(M&A) 물건인 현대건설 인수전을 앞두고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대건설)은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 회장은 “언젠가 매각이 시작될 때 차질 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만반의 태세를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가 공시를 통해 인수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1조~1조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그룹도 현대건설 인수 의향을 조만간 공식화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16일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고심을 하다 지난달 미국 방문 직전 ‘인수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룹 기획조정실 내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인수 자문사로 HMC증권을 선정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는 데 2조6000억원이 들어가 현대건설을 추가로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올해 초만 해도 현대건설 인수에 뜻을 두지 않았다. 이는 ▶대북사업 금지 ▶정치참여 금지 ▶범현대가 관련사업 참여 금지 등 정 회장의 삼불(三不) 경영 원칙을 지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은 내년 말 자동차 글로벌 생산기지 확장(연 650만 대)과 현대제철의 제2고로 투자가 끝나면서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재계 1위인 삼성그룹과의 매출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매출 10조원이 넘는 M&A 대상을 조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가격을 3조5000억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건설 주가를 6만원으로 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로 간주할 때 인수가는 3조원, 50%이면 3조5000억원 선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요 계열사들이 5조원 내외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일단 현대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외견상의 상황 외에 현대그룹 인수전의 또 다른 핵심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 문제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 일가가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45%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KCC 등은 30.51%를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주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채권단은 10월 현대건설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 접수, 실사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김태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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