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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거나 찌거나 데쳐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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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최근 감자칩·감자튀김에서 발암가능물질인 아크릴아미드가 검출됐다. 가공이 부실한 구운 소금과 일부 죽염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왔다는 당국의 발표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숯불로 조리한 돼지 목심에서 발암가능물질인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AH)가 검출됐다. 지난해엔 또 일부 수입 올리브기름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나오자 식품당국이 긴급 회수에 나서기도 했다.

왜 우리가 오랫동안 즐겨 먹어온 감자·소금·돼지고기·올리브기름 등이 암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식품으로 전락하게 됐을까?

그 이유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홍원선 교수는 "식품 자체는 건강에 유익하지만 조리법이 잘못된 탓"이라며 "식품을 불에 바로 노출시키거나 태우면 발암물질이 잘 생긴다"고 설명했다.

불을 이용하는 조리는 화학적으로 말하면 단백질을 변성(變性)시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일부 식품에서 발암물질이 생기는 것이다.

◇삶거나 찐 음식이 좋다=세계 최고의 장수촌인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즐겨먹는다. 그러나 이들은 숯불구이보다 오랫동안 푹 삶아서 기름을 거의 다 뺀 상태로 조리해 먹는다.

미국 국립과학원지 최근호에는 음식을 굽거나 튀기거나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는 고온 조리보다 짧은 시간에 삶거나 찌는 저온 조리가 건강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미국 뉴욕 소재 마운트시나이 의대)은 음식을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면 독성물질인 포도당화 종말생성물질(AGE)이 더 많이 생성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저온 조리된 음식을 먹은 집단의 AGE 발생량이 고온 조리 음식을 섭취한 집단보다 40% 가량 적었던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돼지고기를 석쇠에 놓고 숯불에 직접 조리하면 불판에 놓고 조리했을 때보다 PAH가 20배 가량 더 발생한다.

돼지고기에서 떨어진 지방이 숯불에 타면서 연기가 고기에 다시 달라붙어 PAH가 증가된다는 것. 지방식품은 물론 감자·고구마 등 당분 식품도 찌거나 삶아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최근 감자칩에서 검출된 아크릴아미드는 아미노산(아스파라긴산)과 당분을 1백20도 이상의 고온에서 튀김요리하면 발생하는 물질이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올 10월)에 따르면 아크릴아미드는 아스파라긴산과 당분을 1백85도로 굽거나 튀길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논문의 결론도 "음식을 1백20도 이하로 조리하고 가급적 삶거나 쪄 먹으라"는 것이다.

한림정보산업대 식품영양과 김영현 교수는 "우리의 전통적인 조리법인 삶거나 찌거나 데치는 습열(濕熱)조리가 직화(直火)·튀김 등 건열(乾熱)조리보다 훨씬 건강에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또 "요즘 청소년들이 즐기는 패스트(fast)푸드보다 슬로(slow)푸드가 영양·위생 면에서 훨씬 좋다"고 조언했다.

◇숯불갈비·채소 곁들여 먹어야=숯불갈비 등의 탄 음식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위암·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기의 주성분인 단백질·지방 등이 열에 의해 분해되면서 PAH가 생기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권기성 연구관은 "생고기에는 PAH가 없으며 훈연(燻煙)이나 열처리를 통해 생긴다"며 "고기의 표면을 연기로부터 차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화(석쇠 사용)하지 말고 불판을 사용하며 알루미늄박으로 불판을 싸는 게 좋다. 굳이 굽더라도 숯불이 완전히 연소돼 벌겋게 된 상태에서 고기를 굽는 것이 방법이다. 훈제식품은 조금씩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찌거나 삶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항암식품을 같이 먹는 것이 차선책이다. 식품 속에 든 대표적인 항암물질은 항산화물질(비타민A·C·E·폴리페놀·유황화합물·라이코펜·셀레늄 등)·클로로필(엽록소)·터핀·식이섬유·베타글루칸 등이다.

연세대 식품영양과 윤선 교수는 "효과가 인정된 항암식품은 마늘·양배추·감초·콩·생강·당근·샐러리·차·양파 등"이라며 "미역·감태·곰피·파래·청각 등 해초류도 동물성 식품을 가열하면서 생기는 발암물질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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