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고객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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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만간 2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프라이빗 뱅킹(PB) 시장을 놓고 은행들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은행은 공단지역인 시화지구에 다음달 PB 점포를 열 계획이다. 부유층 밀집지역이 아닌 공단에 PB를 열기로 한 것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은 시화공단 PB점을 시범 운영한 뒤 공단 내 PB 점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은행의 강우신 PB팀장은 "기업은행 고객의 80%가 중소기업"이라며 "경쟁력을 갖고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중소기업 CEO의 자산관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VIP 고객의 자녀를 틈새 공략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VIP 고객 자녀에게 매년 맞선을 주선하고 있다. 지난해 한번에 100명의 고객 자녀가 참가하는 맞선 행사를 했고 고객 자녀 2명이 이러한 맞선행사를 통해 결혼했다. 고객 요청으로 김승유 행장이 주례를 서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또 고객이 해외 유명 병원에서 검진하기를 원할 경우 이를 주선해 준다. 골동품 등 고객의 주요 소장품을 보호해주는 '첩(Chubb) 명품보험'도 국내에서 처음 내놓았다.

고객 자녀에 대한 경제교육을 해주는 은행도 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예금 1억원 이상인 씨티골드 회원의 자녀를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했다. 조흥은행도 올 상반기에 PB 고객의 2.3세를 대상으로 금융경제.리더십 등의 강좌를 제공하는 'CHB PB 키즈 MBA'프로그램을 할 예정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2.3세 마케팅은 고객과의 관계를 개인이 아닌 가족 전체로 확장해 장기 거래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역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내세운다. 서울 여의도는 방송인, 서초동 지역은 법조인으로 특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PB 전문 인력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입사 2년차 직원 중 12명을 PB드림팀으로 뽑아 연말까지 매일 네 시간씩 세무.부동산.외환.보험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대구.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도 시중은행에 밀리지 않기 위해 최근 PB 인력과 영업점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존 영업시스템과 별도로 PB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세무사.회계사.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들이 부동산 매매.감정, 세무.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무사.회계사.부동산 전문가 등 상담 관련 전문직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한 은행 인사담당자는 "세무사를 영입하려 하자 기존 직장에서 두 단계 높은 직급과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해 이보다 좋은 조건으로 겨우 영입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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