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연료 로켓은 '300㎞ 제한' 안받아 2005년 위성 자체 발사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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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주개발용 로켓은 한 나라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통한다. 지상과 우주의 극한 환경을 다 견딜 수 있는 첨단기술이 없이는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개발한 우주개발용 로켓의 시험 발사는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규모는 작지만 액체로켓에 필요한 기계·재료·전자기술 등 모든 부품과 기술을 다른 나라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위성발사에 성공한 국가는 러시아·미국·프랑스·일본·중국·인도·이스라엘 등 7개 국가에 불과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박사는 "선진국에서는 우주개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액체추진 로켓기술을 주지 않는다"며 "독자적인 기술이 있느냐 없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이번 로켓 개발의 의미를 말했다.

액체로켓은 구조가 아주 복잡한 반면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어 위성이나 우주선의 발사에 주로 사용된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은 대부분 중·단거리 미사일용으로 이용한다. 또 고체 연료용 로켓의 경우 우리나라는 한·미간 협의에 따라 비행거리 3백㎞ 이상인 것은 개발할 수 없으나 액체 연료용 로켓은 그런 제한이 없다.

이번에 개발한 로켓은 중량 6t으로 초소형이다. 실제 위성을 싣고 우주로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05년 국산 아리랑위성을 우주에 올리기 위해 개발할 중량 70∼80t짜리 로켓을 개발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기반기술을 거의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 기술 중에는 관성항법장치, 비행안전시스템, 연료를 태우며 힘을 내는 로켓엔진 등 핵심기술이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로켓 발사 때 생기는 극심한 진동, 초고온, 햇볕을 받는 곳과 안 받는 곳 사이에 섭씨3백도 가까이 온도차가 나는 우주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것들이다.

성공적으로 이런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사업도 힘을 받게 됐다. 전남 고흥에 건설 중인 우주센터, 다목적 위성인 아리랑위성 개발 등에 대한 지원도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시험발사에 성공하면 3천8백억원을 들여 초기 추진력을 현재 13t에서 1백50t으로 끌어올리는 연구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위성을 싣고 올라갈 수 있는 로켓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손으로 개발한 위성을 우리 땅에서 우리 로켓으로 쏘아올릴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개발한 위성도 발사용 로켓이 없어 외국으로 나가 쏘아야 했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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