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증시'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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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증시가 올 한해를 어떻게 마무리지을 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말의 주가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D램 가격의 움직임▶한·미 기업의 4분기 실적▶유럽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여부▶대통령 선거 등을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연말까지 주가는 이들 변수에 따라 오르내림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버팀목 사라지나=지난달 11일 이후 증시가 모처럼 올랐지만 사실 삼성전자만을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 신세였다. D램 가격이 뛰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가총액 비중(현재 21%)이 큰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샀고 종합주가지수도 더불어 뛰었다. 그런데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지난달 중순 개당 7달러대였던 2백56메가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램 값이 이달 초 9달러까지 뛰었다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20일 현재 8달러선에 턱걸이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마이크론·하이닉스의 DDR 램 공급 확대와 수요 감소로 연말까지 가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우량주들이 오르지 못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효과'마저 사라지면 종합지수도 약세를 면키 어렵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PC 업체들은 이미 9월에 램을 사들였다"며 "연말 성수기에 PC가 얼마나 팔리느냐가 향후 D램 수요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도 '글쎄'=국내 상장·등록사들의 4분기 실적 윤곽을 가늠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큰 기대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증권거래소가 4백97개 상장사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순이익은 4조7천3백35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2% 줄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던 1분기보다는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경기 둔화의 여파로 내수 관련주에 대한 4분기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다만 정보기술(IT) 등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것이란 전망은 다소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적 분석 기관인 미 퍼스트콜은 최근 S&P 500 기업의 4분기 주당순이익이 지난해보다 평균 16.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금리 내리면 호재=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에 이어 다음달 5일 열리는 정책이사회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증권 임동필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등에선 경기를 띄우는 게 미국보다 시급한 실정"이라며 "유럽 현지에선 0.5%포인트 가량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금리를 내리면 '선진국 정부들이 경기 침체를 방관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각국 증시도 오를 수 있다.

◇대선 지나면 안정 찾을까=과거를 보면 대선 전엔 주가가 떨어졌다가 직후엔 다시 오른 적이 많았다. 임기 말을 앞두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꺾이다가, 선거 후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차기 정부가 확정된 뒤 경제·증시 현안에 대해 새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오름세가 주춤한 지금은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블루칩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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