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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서 5억 갈취, 부산 칠성파에 전달" '친구' 곽경택 감독 조폭연루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영화 '친구'의 곽경택(郭暻澤·36·사진)감독이 영화제작사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내 부산지역 최대의 폭력조직에 제공한 혐의로 지명수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曺永昆)는 郭감독이 지난해 말 칠성파 행동대장급 간부와 함께 '친구'의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로부터 5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계좌 추적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郭감독이 두 회사에서 2억원과 3억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칠성파 측에 건네졌는지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郭감독이 칠성파에 돈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되면 공갈 혐의와 함께 범죄단체 자금 제공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은 범죄단체에 자금을 제공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郭감독을 지명수배하고 검거에 나섰으나, 그는 신작 '똥개' 촬영을 위해 외국에 나갔다가 입국한 직후 잠적했다.

'친구'는 1993년 7월 부산에서 郭감독의 친구인 칠성파 행동대장 출신 정모씨가 조직원들을 시켜 영역 다툼을 벌이던 신20세기파 행동대장을 살해한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郭감독은 살인 교사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정씨가 "영화의 모델인 나에게도 대가를 달라"고 요구하자, 제작사 등에 "돈을 주지 않으면 향후 사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면서 5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郭감독이 영화의 흥행 성공에 비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수입이 얼마되지 않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사 관계자는 "郭감독에게 준 돈은 영화 성공에 따른 보너스 개념이었다. 검찰 조사 때도 이같이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취재팀은 郭감독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郭감독과 정씨는 영화에서 각각 미국으로 유학 가는 학구파 청년과 어릴 적 친구의 살해를 지시하는 냉혹한 조폭으로 묘사됐으며, 지난해 3월 개봉 이후 한국영화사상 최다 관객 동원기록과 함께 2백억원대의 흥행 수입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한편 郭감독은 영화 '챔피언'의 주연 유오성(劉五性·36)씨 측이 지난 7월 "이 영화 예고편을 모 의류업체 CF에 무단으로 제공했다"며 사문서 위조 및 협박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서울지검으로부터도 지난달 31일 지명수배됐다.

조강수·장정훈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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