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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소비자 취향에 철저히 맞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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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계 소형 가전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티에리 드 라 투르 다르테즈(48)회장은 최근 하루 24시간을 분초를 나눠서 사용할 만큼 바쁘게 살고 있다. 지난해 '물리넥스'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그룹의 모든 비즈니스를 자신이 직접 챙기는 친정체제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요즘 드 라 투르 다르테즈 회장이 프랑스 리옹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에퀼리의 그룹 본사에서 대외활동을 가급적 줄이고 새 브랜드의 또 다른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로 바뀌는 일정 때문에 면담 인터뷰를 못한다"며 e-메일을 통해 그룹 세브(SEB)의 성공 비결과 한국 시장 마케팅 전략을 전해왔다.

-제품들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물리넥스와 테팔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소비자와 고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소형 가전사업은 소비자들이 성향 탐구에서 시작해 소비자 연구로 마무리해야 하는 철저한 소비자 지향 사업이다. 시장별로 현지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마케팅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특히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 변화를 꾸준히 연구하고 이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반영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을 위해 현지화 전략과 글로벌 전략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나.

"현지화 전략과 글로벌 전략의 적절한 조화는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제다.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은 동일한 가치를 서로 공유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취향을 보이기도 한다. 우수한 성능과 좋은 품질은 어느 나라 소비자들이나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다. 반면 지역에 따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회사의 강점은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본사의 글로벌 마케팅팀과, 지역적인 특성과 소비자 성향을 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별 현지 마케팅팀 간의 협조가 긴밀하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뛰어난 제품 기술력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과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

-프랑스의 국가 이미지와 제품 이미지를 마케팅에 연계하는 방법은.

"소비자들 사이에 프랑스는 예술과 디자인 등이 뛰어난 나라로 인식돼 있다. 따라서 우리 회사 제품의 마케팅에도 이러한 프랑스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적 감각을 중시하는 신세대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삼고 있는 물리넥스 제품의 경우 제품 광고 카피를 '집안의 작은 프랑스'라고 정할 만큼 프랑스의 국가 이미지는 제품 브랜드의 가치와 마케팅 활동에 크게 반영돼 있다."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와 제품 이미지를 어떻게 보고 있나

"최근 월드컵 경기에서 보여준 한국인들의 일사불란한 응원 열기를 보고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산 자동차와 냉장고, TV 등 대형 가전제품들은 가격에 비해 품질이 매우 좋다. 특히 한국산 전자레인지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유럽인들 사이에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 이미지는 곧바로 제품 가격과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룹 세브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말 한국에 진출했다. 소비시장이 침체돼 많은 외국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 진출을 결정한 까닭은.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은 약 4천8백여만명의 소비자들을 갖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의 우수성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소비자들이다. 셋째로는 그룹 세브가 갖고 있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들을 더 많은 나라에 소개하고자 하는 세계경영 전략도 고려됐다. 마지막으로 그룹의 장기적인 발전 안목을 들 수가 있겠다. 우리는 한국에서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거기에는 반드시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국 시장이 세계 시장에서 갖는 비중이나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 시장은 아시아 시장의 척도다. 일종의 '쇼윈도' 같은 역할을 하는 시장이다. 한국에서 성공해야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한국 진출 불과 5년 만에 한국보다 20년이나 먼저 진출했던 일본과 대등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가전 시장의 특성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속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크게 바뀌고 있다. 소형 가전제품의 디자인이 부엌과 거실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어울려야 하고, 매장 디스플레이·광고·홍보 활동 등 모든 분야를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취향에 맞게 기획하고 집행해야 한다. 한국의 소형 가전 시장은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다고 보는가.

"한국은 공정한 경쟁을 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의 관건은 시스템이나 제도라기보다 누가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년의 경기전망은.

"한국 시장은 아직 완전히 안정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지속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며 삶의 질도 빠르게 향상될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경제 성장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경제를 인식하고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다르테즈 회장은

티에리 드 라 투르 다르테즈 회장은 1954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콜 쉬페리외르 드 코메르스 드 파리)에서는 회계학을 전공했다. 22세 때부터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94년부터 그룹 세브에 합류했다. 그는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에서 4년간 회계감사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저돌적으로 기업 인수에 나서 '그룹 세브'의 외형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은 여가가 날 때면 펜싱을 즐기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는 "펜싱이야말로 정확성과 공격성을 요구하는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공략할 곳을 제대로 선택해야 하며 일단 방향을 정하면 공격적으로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펜싱과 기업 경영의 닮은 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품질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세브가 제품 연구 및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그의 경영 철학 때문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그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 프랑스의 전통과 국제적인 감각을 조화하는, 역량이 뛰어난 전문 경영인"이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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