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만의 TV토론은 불법" 李후보까지 나서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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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추진에 대한 한나라당의 견제가 집요하다. 그동안 말을 아꼈던 이회창(李會昌)후보까지 나서 단일화 논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盧·鄭 단일화로 가는 첫걸음인 양자 간 TV토론을 막기 위해 선거법 위반 시비도 걸었다. 한나라당이 단일화 문제를 집중 공격하는 이유는 대선구도가 현재의 1강(李) 2중(盧·鄭)구도에서 양강(兩强)구도로 바뀔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李후보는 12일 "단일화는 명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盧·鄭후보의 이념이나 지향점이 다른 만큼 오로지 '반창(反昌·반 이회창)'연합이란 구상에서 시작된 단일화 논의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단일화 논의는 정략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거기엔 민주화나 정권교체 등 국민을 설득할 어떤 명분도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일화가 돼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선 단일화가 될 경우 내게 부담되는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씨로 단일화될 때 정몽준씨와 그 지지자들이 盧씨 쪽으로 다 쏠리겠는가.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단일화 논의가 자꾸 진전되는 데 신경쓰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盧·鄭후보의 TV토론이 이뤄져 국민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는 상황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래서 핵심 당직자들은 일제히 "두 사람의 TV토론은 불법"이라고 시비를 걸었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특정 정당 간 야합에 불과한 후보 단일화를 위해 TV 방송사까지 동원하는 것은 불공정한 선거행위"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중앙선관위와 선거방송심의위에 盧·鄭후보의 TV토론을 제지해 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방송사에도 토론회를 열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중앙선관위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 대해 "원칙적으로 취재·보도 차원이라면 가능하다"면서도 "아직 단일화의 구체적인 안이 결정된 바 없어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문석호(文錫鎬)선대위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후보 단일화를 방해하는 것은 단일화가 될 경우 李후보가 패배할 것이라는 초조감 때문"이라며 "단일화는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이므로 TV토론 개최는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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