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쳐진 흙이 있다
하수로를 따라 모형 산맥처럼 쌓여 있다
파헤쳐진 흙을 피해 멀리 돌아가며
사람들이 말한다
지저분해라 빨리 덮어버리지 않구
어둠속에서 끌려나와 흙은 어둡다
막 도착한 피안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쌓인 보도블록 쪽으로
몰리며 밟힌다
침묵한다
-최정례(1955∼ )'파헤쳐진 흙' 부분
꼭 성경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명하다. 화장보다 매장을 선호하고, 외지에서 죽어도 고향에 뼈를 묻으려는 소망이 간절한 것을 보면, 우리는 흙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하다. 그런데도 흙을 더럽게 여기고, 도시와 국토를 모조리 시멘트로 덮어버리려 한다. 흙의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가 부진한 탓인가.
김광규<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