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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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파헤쳐진 흙이 있다

하수로를 따라 모형 산맥처럼 쌓여 있다

파헤쳐진 흙을 피해 멀리 돌아가며

사람들이 말한다

지저분해라 빨리 덮어버리지 않구

어둠속에서 끌려나와 흙은 어둡다

막 도착한 피안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쌓인 보도블록 쪽으로

몰리며 밟힌다

침묵한다

-최정례(1955∼ )'파헤쳐진 흙' 부분

꼭 성경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명하다. 화장보다 매장을 선호하고, 외지에서 죽어도 고향에 뼈를 묻으려는 소망이 간절한 것을 보면, 우리는 흙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하다. 그런데도 흙을 더럽게 여기고, 도시와 국토를 모조리 시멘트로 덮어버리려 한다. 흙의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가 부진한 탓인가.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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