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제품 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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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기업의 성공은 연구개발에 있다고 보고 자주 예고없이 연구실을 찾아 연구진과 제품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등 신제품 출시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비락식혜'의 매출을 끌어 올리며 빈사상태의 기업을 되살려낸 비락의 조용호(趙龍鎬·65·사진)사장은 "우유 한방울에도 장인정신을 담겠다"는 말로 고객신뢰를 강조한다.

조사장은 지난 1일 장애인 복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후원을 한 공로로 부산시가 제정한 '올해의 자랑스런 부산시민상'대상을 수상했다.

조사장은 사원들에게 "제품에 '혼'을 불어넣을 것"을 입이 아프도록 강조한다. 사장 취임 일성은 '완벽한 제품'과 '무결점 운동'이었다.

그는 사원들을 대할 때마다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낸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자가 있어 반품된 제품에 대해서는 '소박맞은 딸을 맞는 것처럼 참담한 기분을 느낄 것'을 요구한다.

조사장은 1996년 사장에 취임한 뒤 2년만에 적자기업을 흑자로 돌려놓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환란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1천%가 넘는 부채비율을 50%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끊임없이 신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었다. 세번에 걸친 구조조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뚝심을 보였다.

그는 비락식혜를 이을 히트상품 개발에 주력해 지난해 10월 '비락 캡슐우유'라는 야심작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우유에 기능성 물질인 철분과 비타민을 마이크로 캡슐 형태로 넣어 체내에 흡수되도록 한 것으로 미국·일본 등에 특허출원할 정도로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신제품들을 무기로 올해 매출액 1천3백억원은 무난할 전망"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어린이 전용 우유인 '키드 우유'도 선보였다. 바쁜 현대인들을 겨냥해 48가지 재료를 가공한 건강 보조식품인 비락자연생식 제품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장애인복지 등 건강사회 만들기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후원은 물론 음료수 캔에 국내 처음으로 점자 표기를 해 장애인들도 제품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광고방송에도 농아를 위해 수화를 곁들였다.

부산=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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