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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TV·PC도 휴대전화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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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휴대전화기가 미래 생활의 중심(허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휴대전화기가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캠코더.디지털 카메라.MP3플레이어.녹음기.게임기.신용카드 등이 휴대전화기에 탑재된 데 이어 TV까지 휴대전화기 안으로 들어왔다. 일상생활의 기록과 놀이, 경제 활동까지 휴대전화기 하나로 해결되는 시대다.

◆말과 동작으로 움직인다=상식적으로 휴대전화기는 키패드의 숫자와 문자를 눌러야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SMS)를 보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운전 중일 때는 이런 입력 방식이 불편하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삼성전자.LG전자.팬택앤큐리텔 등은 말이나 동작에 따라 작동되는 휴대전화기를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음성을 문자 메시지로 전환해 발송할 수 있는 휴대전화기를 개발, 미국 시장에 수출키로 했다. 작동 방법은 이렇다. 가령 '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라고 영어로 말하면 휴대전화기에 저장돼 있는 존의 전화번호가 자동으로 선택된다. 그런 다음 메시지를 말로 하면, 그 메시지는 문자로 바뀌어 존의 휴대전화기로 날아간다.

팬택앤큐리텔이 최근 개발한 '말하는 휴대전화기'는 수신된 문자 메시지를 자동으로 읽어주고, 자리를 비운 사이 걸려온 전화가 있으면 음성으로 '부재 중 걸려온 전화가 한통 있습니다'는 식으로 안내한다. 운전 도중에 수신된 문자 메시지를 편리하게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삼성전자 등은 심지어 휴대전화기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작동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해 조만간 출시할 '연속 동작 인식 폰'은 공간상의 움직임을 감지해 반응한다. 가령 휴대전화기를 들고 허공에다가 숫자 '1'을 쓰면, 단축 다이얼 1번을 찾아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주는 식이다. 또 LG전자와 팬택앤큐리텔은 휴대전화기를 상하.좌우로 흔들면서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폰을 개발했다.

삼성.LG전자는 휴대전화기 키패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보 입력이 가능한 '컴퓨터 자판 폰'까지 선보였다.

◆근거리 무선 통신의 중심이 됐다=휴대전화기가 근거리 무선 통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블루투스'나 '지그비'솔루션을 휴대전화기에 탑재하면, 휴대전화기로 각종 전자제품을 작동시키거나 문 단속 등을 할 수 있는 종합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팬택이 지난해 12월 개발한 '지그비 폰'은 지그비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기에 도입한 제품이다. 지그비 폰은 ▶집안의 전등 밝기 조절이나 점등 기능▶실내 온도와 습도 점검▶문 단속▶외부 침입자 감시 등의 기능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음성과 데이터를 무선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블루투스 모듈을 휴대전화기에 탑재한 제품이 인기다.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휴대전화기를 가방 속에 넣고 무선 헤드폰을 착용하면, 헤드폰과 휴대전화기를 연결하는 긴 줄이 없어도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어떻게 진화할까=휴대전화기로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고, 각종 동영상 파일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10일 시험 서비스에 나선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내 손 안의 TV'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직은 화면이 작아 TV보다 불편하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휴대전화기를 조작하면 공중에 3차원 이미지를 투영할 수 있는 커다란 가상 화면이 띄워지고, 이를 통해 각종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방식인 '4세대(G) 이동통신'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2010년 이후에는 이런 기술이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휴대전화기가 위치기반시스템(LBS)을 통해 주변의 각종 정보를 선택, 단말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시대도 열리게 된다. 가령 서울 광화문 주변의 어떤 식당에 들어갔다면, 그 식당의 주요 메뉴와 가격이 휴대전화기로 들어오는 식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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