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하는 심정… 비탄 금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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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5일 국무회의에서 검찰 조직을 비판했다. 임기 종료를 몇달 앞둔 대통령이 정부 내 특정 조직을 공개 질책한 것은 이례적이다.

金대통령은 이날 "통탄하는 심정""놀라움과 비탄을 금할 수 없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국민의 정권 출범 이후 인권이 크게 신장됐음을 강조해온 金대통령의 실망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의 비판이 검찰조직에 대한 누적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9년에는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지난해에는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을 하는 등 국민의 정부 집권 내내 검찰 때문에 입은 상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취임 초기에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했는데 과연 검찰이 바로 서 왔느냐"고 반문한 것도 이런 감정을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이명재 검찰총장이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더라"고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金대통령의 검찰조직에 대한 불만은 후임 인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인권운동을 벌여온 재야 쪽의 인물이 장관이나 총장에 발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대선의 공정한 관리와 정치적 중립에 대해 수차 강조해 왔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인선도 이런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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