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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 무더기 정리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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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금융감독원이 부실 신협 1백15개를 한꺼번에 4일부터 영업정지시킨 것은 자기자본을 완전히 잠식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신협을 조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극약처방'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부실한 신협의 정상화를 위해 재무상태 개선조치(적기 시정조치)를 도입해 1년간 지켜봤지만 1백15개의 경영실적은 여전히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2004년 1월부터 신협 예금 및 출자금이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내용의 신협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는 점이 이번 대규모 정리의 배경으로 꼽힌다. 신협이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기 전에 남아 있는 구조조정기금(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한꺼번에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부실 신협의 정리가 늦어질 경우 신협중앙회와 신협 회원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개별적인 부실 신협 정리는 계속하되 이번처럼 대규모 정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신협의 신뢰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협중앙회 경영지원부의 안용환 과장은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제 남은 신협은 깨끗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협중앙회는 특히 내년부터 중앙회 안에 '예금자보호기금'을 조성해 자체적인 예금보호에 나설 방침이다. 그동안 각 신협이 예보에 냈던 보험료를 중앙회에 대신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영업정지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예보가 4일부터 경영관리인과 감독관 등 2백59명을 1백15개 신협에 투입했으나 전문성이 부족해 자산실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백15명의 경영관리인 중 전문 검사역은 62명뿐이고 1백44명의 감독관 중에서도 69명만이 전문 검사역이기 때문이다.

또 1조1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신협을 정리한 만큼 영업정지된 신협의 실질적인 경영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아직 착수도 하지 못한 상태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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