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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돕기 기부 행사로 더욱 빛나는 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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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핼러윈 축제' 준비로 분주한 뉴욕의 가을, 특별한 연주회에 초대받은 건 행운이었다. 지난달 25일 밤 '더 큰 화합의 소리'(The Sound of Synergy)란 테마로 열린 음악회였다. 센트럴 파크 서쪽에 위치한 '뉴욕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로 향했다.

공연은 1995년 뉴욕에서 창단한 '인터내셔널 세종 솔로이스츠'(이사장 김태자)의 기금 마련 행사이기도 했다. 한국인 음악도를 중심으로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한 미국·독일·중국 등의 젊은 연주자 23명이 모여 만든 '…솔로이스츠'는 올해 월드컵 개막 전야제에도 초청 받았을 정도로 알려진 수준급 실내악단이다.

공연은 명성에 전혀 손상이 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줄리아드 음대 강효 교수의 지휘 아래 개성이 다른 연주자들의 음색이 합쳐져 천상의 화음을 형성했다. 관객들 사이에서 "역시…"하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박수를 치는 사람 중엔 CNN의 앵커우먼 '폴라 잔'도 있었다. 그녀는 CNN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폴라 잔과 함께 하는 아침'(월∼금요일 오전 7∼10시)을 진행하는 유명 인사다. 그녀는 이날 '…솔로이스츠'의 열성 팬 자격으로 사회를 맡았다. 첼로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는 클래식 매니어인 그녀의 매끄러운 진행은 연주회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

연주회 시작 전과 중간 휴식 시간에는 리셉션이 펼쳐졌다. 그렇다고 흥청망청한 자리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각국의 유엔 대사 14명과 우리나라 한 전직 대통령 아들 부부가 포함된 각계 각층 인사들이 '19세기 미국 회화의 걸작들'이란 주제로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한다. 복도에는 흑인 노예해방의 거름이 된 『엉클 톰스 캐빈』의 원작 자료들이 진열돼 있다.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건 '기부의 현장'이었다. 장내에는 모피 코트를 사라고 링 아나운서처럼 떠드는 진행 스태프의 유쾌한 너스레가 울려 퍼진다. '래플'(자선을 위한 복권 판매)과 경매에 참석자들이 몰린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donation)하는 것이다. 이렇게 늦가을이 되면 기부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들이 미국 사회를 장식한다. 이날 연주회에서도 모두 13만달러(약 1억5천6백만원)의 기금이 모아졌다.

이날 연주회의 꽃은 중간 휴식이 끝난 직후 있었던 가슴 뭉클한 기금 전달식이었다. 할렘가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다 해고당한 여교사가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과 세계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과 함께 기금 마련을 위해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벌였던 실화를 영화화한 '뮤직 오브 하트'(메릴 스트립 주연).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이스트 할렘'의 바이올린 여교사 로베르토 구아스패리가 연주회로 마련된 후원금을 받고 감격해 "생큐"를 연발했다.

뉴욕의 깊은 가을 밤, 연주회의 테마처럼 '협동과 화합의 큰 음악소리'가 조화로운 울림을 떨고 있었다. 사랑의 힘을 뭉클하도록 느낀 그 곳에서 세계 속으로 울려나가고 있는 한국 문화의 힘도 느낄 수 있었다.

MBC PD neoyi@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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